시를 쓴다는 건 모호해/ 안희환 시인 시를 쓴다는 건 모호해/ 안희환 시인 시를 쓴다는 게 좀 모호해요. 속에서 꿈틀대는 시란 녀석을 그냥 두면 속이 괴로워서 끄집어 낼 뿐이거든요. 누가 심어 놓은 건지 언제 심겨진 건지 몰라도 쑥쑥 자란 후에는 결코 얌전히 있지 않죠. 얼마나 발버둥을 치는지요. 그렇게 한 녀석 끄집어.. 안희환 자작시 2016.11.01
그를 따라/ 안희환 시인 그를 따라/ 안희환 시인 그가 보여준 삶의 흔적 조금이나마 닮고 싶어 따라간 길 좁고 험해 숨이 거칠어진다. 내쉰 숨을 다시 들이키기 버거워 눈물 글썽이며 산을 본다. 그렇겠지. 그냥 누구나 쉽게 가는 거라면 닮고 싶어 하지도 않았겠지. 구태여 따라갈 이유도 없겠지. 그의 얼굴이 빛.. 안희환 자작시 2016.11.01
가을을 잡아야지/ 안희환 시인 가을을 잡아야지/ 안희환 시인 사나운 여름이 난리치는 동안 커지기 시작한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니 매서운 겨울이 온달 말 듣더니 쏜살같이 도망가 언덕 너머에 숨는다. 그 얼굴 보고 싶어 찾아왔건만 도망치는 뒷모습을 본 게 다일 뿐. 자기 보러 온 게 아닌 줄 .. 안희환 자작시 2016.11.01
공원 벤치/ 안희환 시인 공원 벤치/ 안희환 시인 모두가 잠시 머물다 갈 뿐 계속 함께 있어주지 않는다. 멍 하니 하늘 보다 가는 사람 몸을 눕히고 가는 나그네 재잘거리다 가는 소녀들 서로 볼을 만지다 가는 연인들 그나마도 찬바람 부는 날엔 낙엽 몇 개만 머물다 간다. 안희환 자작시 2016.11.01
세계 3대 악처로 언급되는 소크라테스의 아내 세계 3대 악처로 언급되는 소크라테스의 아내 주후 40년 경에 고대 희랍 철학자들의 전기와 일화와 사상을 기록한 디오게네스 라에르 티오스의 책을 보면 그산티페는 무서운 한부요 악처였기 때문에 철인 소크라케스도 그 앞에서는 꼼작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돈은 벌어 들이지 못하.. 안희환 자작시 2016.10.29
밤이 좋은 별/ 안희환 시인 밤이 좋은 별/ 안희환 시인 밤이라서 빛날 수 있는 별은 밤이 좋다. 자신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어서. 낮은 독점의 시간 해란 녀석은 자기 외에 빛나는 존재를 용납 못 한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간 마음도 녹이 슬고 만다. 밤이라서 빛날 수 있는 .. 안희환 자작시 2016.10.29
억새/ 안희환 시인 억새/ 안희환 시인 발이라도 있다면 달려가련만 땅에 묶여 허우적거리는 몸짓 마음은 그대 곁에 있지만 몸은 어쩌지 못해 흔들린다. 날개라도 있다면 날아가련만 날개 대신 달린 하얀 손 허공 향해 한없이 펄럭이지만 바로 앞 언덕도 넘지 못한다. 바람에 흔들림이 아름답다지만 서글픈 .. 안희환 자작시 2016.10.29
다시 만날 때를 위해/ 안희환 시인 다시 만날 때를 위해/ 안희환 시인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죠. 돌고 돌아 엇갈리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마주 보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죠. 그러니 너무 슬퍼 말아요. 미리 절망에게 손들지 말아요. 소망은 얼굴을 빛나게 하죠. 빛난 얼굴로 보도록 해요.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죠. 그때 서.. 안희환 자작시 2016.10.28
그대는 꽃이 아니죠/ 안희환 시인 그대는 꽃이 아니죠/ 안희환 시인 순간 아름답지만 영원하진 못해 시드는 꽃이 그대일 순 없죠. 향기를 발하지만 떨어지면 악취를 풍기니 꽃이 그대일 순 없죠. 그대의 아름다움은 세월 가도 변함이 없죠. 여전히 눈이 부시죠. 그대는 꽃이 아니죠. 꽃이 그대를 닮고자 흠모하고 있을 뿐이.. 안희환 자작시 2016.10.28
아기를 보며/ 안희환 시인 아기를 보며/ 안희환 시인 오늘 하루 수십 번 넘어진 아기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고 있다. 내일도 수없이 넘어질 것인데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웃고 있다. 수백 아니 수천 번을 넘어져도 아기는 다시 일어나 걷겠지. 넘어지지 않고 걷는 법을 배운 후 서서히 달리기 시작하겠지. 얼마.. 안희환 자작시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