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폐지 줍는 할머니/ 안희환(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안희환2 2017. 11. 25. 11:41

폐지 줍는 할머니/ 안희환(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야윈 몸 굽은 등으로

온 거리를 헤맨다.

누군가 먼저 집어갈까 봐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껌뻑거리는 가로등 따라

이 골목 저 골목 뒤진다.

 

쓰다 버린 유모차 위

수북하게 놓인 폐지들.

태산이라도 되는 듯

무거워 무거워

끙끙 거리며 밀고 간다.

 

동네를 다 돌 때 쯤

할머니 하나 나타나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단 말 떠올리고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날의 유일한 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