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내가 만났던 미치광이 선생(실화)/ 안희환

안희환2 2006. 2. 26. 01:50

내가 만났던 미치광이 선생(실화)/ 안희환 

  미치광이.jpg

                             (참 예쁜데도 이름은 미치광이풀이랍니다)


얼마 전 아주 황당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호주의 한 중학교 교사인 워런 쉬나이더가 학교에서 단체로 캠핑을 갔을 때 12살 여학생들 앞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재주를 부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광경을 보았던 여학생들이 겪었을 충격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학생들의 지도자라니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에게 징역 5개월이 선고되었다고 하는데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쳤던 이경석(가명) 선생이(선생님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가 있음) 있었는데 그는 말 그대로 엽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런 사람이 학생들의 지도자로 있었다는 것이 놀랍게 생각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그의 엽기적인 행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적대로 물건 매달기


성적에 따라 물건을 정해놓고 그것을 가슴에 매단 채로 수업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이경석 선생은 영어 교사였는데 영어 시험을 본 후 60점 이하는 쥐포, 50점 이하는 빵 하는 식으로 가슴에 매달게 한 채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거기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느꼈을 수치감이 상당했을 것입니다.


2. 부러진 야구방망이와 테니스공


이경석 선생은 종종 부러진 야고방망이와 테니스공을 가지고 교실에 왔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에게는 그 테니스공을 던졌습니다. 연습을 많이 했던 모양인지 명중률이 꽤 높았습니다. 그래도 때로는 실수를 하여 엉뚱한 사람이 맞는 일도 있었는데 그런다고 해서 사과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 시간에 졸고 있다거나 딴 짓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3. 가을철 알밤 경연대회


가을이 되어 밤이 익어가는 계절이 되면 이경석 선생은 아이들에게 수업 전 제일 앞줄에 밤을 상납하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밤의 크기를 일일이 잰 후 크기가 가장 작은 밤이 있는 줄은 그냥 한 대씩 얻어맞아야 했습니다. 이선생의 주머니는 늘 밤으로 두툼했으며 종종종 다른 선생님들에게 인심을 쓴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4. 주전자 뚜껑 모서리와의 박치기


이경석 선생은 벌을 내리는 방식이 다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전자 뚜껑의 모서리로 이마를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맞아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아픈지 잘 알 것입니다. 꽤 예리한 주전자 뚜껑의 모서리는 이마에 거의 일자에 가까운 자국을 남겼는데 손으로 문질러도 한참이 지나야 지워질 만큼의 강한 타격이 주어졌습니다.


5. 선인장에 박치기 시키기


그보다 더 끔찍한 벌은 가시가 잔뜩 달린 선인장에 박치기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중학생들 같으면 거부하거나 신고를 했을 것이지만 그 당시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선인장에 박치기를 시도하였습니다. 박치기 이후에 이마에 박힌 가시를 빼는 일도 큰일이었는데 가시를 뺀 후에도 따끔거리는 것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6. 겨울철 옷 벗기고 창문 열기


이경석선생은 추운 겨울에는 날씨에 맞는 벌칙을 만들어냈는데 그중 하나가 웃통을 다 벗기고 창문을 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엽기 중에서도 극치라 여겨지는 방식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그것 때문에 감기 걸리는 학생들은 없었습니다. 아니면 감기에 걸려도 그 때문에 걸렸다고 감히 말하지 못했던 것이든지요.


7. 몸에 지저분한 낙서하기


겨울철 남학생들의 웃통을 벗게 하는 것보다 더 흉측한 것은 옷을 벗어서 알몸이 된 곳에 매직 등으로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그리는 것은 여성이 착용하는 브래지어였는데 그것이 그려지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철딱서니 없이 킥킥 웃었고 당하는 학생은 수치로 얼굴을 불게 물들인 채 인내해야 했습니다.


8. 여학생들에게 모욕감주기


보통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따로 수업을 받는데 방학 보충수업 기간에는 함께 수업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이경석 선생이 칠판에 몇 가지 영어 단어를 썼습니다. apple. lion. prince. 그리고 하나씩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사과지? 사자지? 왕자지? 이것을 몇 번 반복하면서 의미를 눈치 챈 남학생들은 킥킥거리기 시작했고 여학생들은 민망해 했습니다.


9. 입으로 뻥 소리 내게 하기


우리를 정말 겁나게 하는 벌이 있었는데 그것은 입으로 뻥소리 날 때까지 때리는 특별한 벌칙이었습니다. 입을 다문 상태로 한쪽 볼에 바람을 넣게 하고는 살짝 쥔 주먹으로 그곳을 때리는 것입니다. 압축된 공기가 터져나오면서 뻥하는 소리가 나곤했는데 그 소리가 들릴 때까지 때리는 것입니다. 정말 끔찍스런 벌칙이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악행(?)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위에 언급한 것들만으로도 그 선생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병자인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내게는 잘해주었기에 정신병자라는 이토록 심한 표현을 쓰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아무튼 그 사람은 선생으로서의 아주 기초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한 채 학생들 위에 군림했고 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입니다.


선생이란 위치는 지도자의 위치입니다. 그만큼 힘과 영향력을 가진 자리입니다. 따라서 그 힘과 영향력으로 여러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과 영향력이 잘못 사용될 때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힘이 있는 만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지도자는 신체적으로나 지식적으로만이 아닌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힘과 영향력에 비례하여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보람과 재미를 안겨다줄 사람이라는 확증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선생과 같은 지도자를 보게 된다면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단에서 끌어내리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애꿎은 고통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관용이 때로 보호받아야할 수많은 사람들을 방치하는 큰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