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성희롱, 골프의 정치 / 안희환
지금의 정치를 보면 정치혐오증이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부추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정치인들이 과연 국민들의 대표이며, 국민들을 위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지도자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정치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누군가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의 삶을 반영하여 나라를 끌고 가야 하는데 그 역할을 맡은 이들의 모습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은 것입니다.
최근에 아주 우스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연희 의원의 성희롱 사건입니다. 술을 마셨으며 곱게 취할 일이지 왜 여기자를 향해 부적절한 행동(성추행)을 해서 그 망신을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이 공인이라는 것을 잊은 행동입니다. 아니면 자신이 의원이라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 의원이 하는데 제까짓 게 뭘 하려나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일로 인해 한나라당은 궁지에 몰렸고 최연희 의원은 탈당을 하였습니다. 최연희의원을 변호하던 몇몇 동료 의원들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식당 아줌마인줄 알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말한 최연희 의원은 그 덕분에 식당업 종사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는데 침묵이 금이라는 사실을 여실하게 드러내 주었습니다.
우스운 일 또 하나는 이해찬 총리의 골프 사건입니다. 골프를 치는 것이 무슨 중죄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업으로 나라 전체가 술렁거릴 때 각료의 수장(대통령을 제외한)된 총리가 여유를 부리며 골프를 치고 있었다는 것이 비난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이해찬 총리는 많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었던 판국이기에 그의 골프 사건은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 주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총리로 임명되는 시점부터 야당이나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이해찬 총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다시 이런 큼직한 행동을 하니 큰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최연희 의원이나 이해찬 총리가 잘못했다, 틀려먹었다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그들이 잘했다는 생각 역시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것을 계기로 반사이익을 취하는 한국 정당들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최연희 의원의 성희롱 사건을 보고 가장 기뻐했던 것은 열린 우리당입니다. 한나라당을 매도할 수 있는 건수가 생긴 것입니다. 반면에 이해찬 총리의 골프사건을 보고 가장 기뻐했던 것은 한나라당입니다. 최연희 의원의 성희롱 사건으로 기가 죽었었는데 그것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된 것입니다.
결국 최연희 의원과 이해찬 총리를 축구 선수들이라고 할 때 먼저 최연희 의원이 자살골을 넣었고 뒤 이어 이해찬 총리가 자살골을 넣은 셈인데 그것을 보고 서로가 좋아하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한 것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축구 선수라면 상대의 자살골로 기뻐할 것이 아니라 지신들의 발로 상대의 골대에 골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참 이상한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늘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곤 하는 것입니다.
국민적인 지지는 상대당을 궁지에 몰아넣고 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취하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식의 정치는 그야말로 삼류정치입니다. 정말 일류정치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진정 국민들을 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소신껏 그 정책을 수행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서 그 덕분에 표를 얻는 정치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심각하게 최연희 사건과 골프 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까지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지를 높이고 상대당을 추락시키려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모습은 꼴볼견입니다. 정책으로, 신뢰로, 헌신으로, 성과로 승부를 내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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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은 김영석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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