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야 한다고? / 안희환

안희환2 2006. 2. 16. 21:30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야 한다고? / 안희환 

   연세대학교.jpg

 

순미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보았습니다. 머리도 좋고 착한 아이인데 집안의 어려움으로 인해 방황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하고 수능을 보았는데 다행히 합격하였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인 조련사 자격을 딸 수 있는 전공분야에 말입니다. 그런데 합격 후에 잠시 기뻐하다가 걱정에 사로잡혔던 순미입니다.


순미의 부모님은 몇 년 전에 이혼을 하였고 순미의 어머니가 포장마차를 하면서 순미와 순미의 동생인 승민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막상 순미가 대학에 합격하니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니 순미 어머니의 심정은 막막하기만 하고 그것을 알고 있는 순미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순미의 어머니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청했고 그 덕분에 순미는 겨우 등록할 수가 있었는데 입학금을 포함한 등록금 액수가 380만원이나 되는 거액이다 보니 또 많은 돈을 빚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입학금을 뺀 등록금이라 해도 3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앞으로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학자금 대출이 있지 않느냐고 할 것입니다. 물론 학자금 대출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학생들이 등록을 할 수 있게 된 예는 많습니다. 내 주변에도 그런 학생들이 꽤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역시도 결국은 빚이라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4년을 대출받으면 그 액수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고 하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도, 그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입장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 됩니다. 부자 부모가 아닌 이상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생해야 하고 후에는 그렇게 대출받은 등록금을 갚기 위해 다시 고생해야 하는 것이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한 소리가 들립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낸 송자 전 교육부장관이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도 연 1천만원은 훨씬 넘어야 한다"고 연세동문회보 2월호에 기고한 이라는 글에서 주장한 것입니다. [인상할 수 밖에 없는 등록금]이란 제목의 글이었는데 이분이 과연 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송자 전 교육부장관의 말대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재정 구조는 열악한 상태이며 써야 하는 비용에 비해 수입이 적으니 경연난을 겪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이 된다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수는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비를 낼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은 액수의 등록금을 낼 수 있다 하더라도 거액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의 수만큼 등록금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결국엔 대학교의 재정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대로 학업을 중단하든지 아예 대학에 지원하지 못할 대다수 서민들의 자녀들 문제입니다. 그들은 특별한 수단을 찾지 못하는 한 대학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재정을 견실하게 하기 위한 대책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을 막는 등록금의 대폭 인상이라니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더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런 주장을 하시는 이가 교육의 수장이었던 전 교육부장관이었다고 하는데서 더 충격입니다. 교육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교육기관의 하나인 대학이 아니고 바로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기회를 불평등하게 주면서까지, 서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에게 절망감을 주면서까지 등록금을 인상해서 활성화시키는 대학이라면 그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족같습니다만 어쩌면 현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태도와도 닮은꼴이 있는 주장같습니다(송자 전 교육부장관을 다른 측면에서는 더 존경하지만). 나라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세금을 더 거둬야 된다는 발상 말입니다. 거대해지는 정부 기관을 축소시키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공적 자금을 최소화시키며, 정부 각 부처에서 사용하는 예산이 허튼 곳에 사용되지 않는지 살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살을 비틀어 피를 짜낼 생각을 하니 말입니다.


대통령이란 직임은 국민들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여 국민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교육의 주체가 학생들이고 그들이 보다 더 풍요로운 교육 혜택을 받아야한다는 것을 교육의 수장이 인식해야 하듯, 통치의 주체가 국민들이고 그들이 보다 더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이 나라의 수장은 인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교육정책이나 국민들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정부 정책이며 다 주객이 도치된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이 뒤섞여버린 것입니다. 평소 존경하던 송자 전 교육부장관의 주장을 접하면서 어린 학생의 형편에서부터 이 나라의 현실까지 복합적인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학생을 중심에, 그리고 국민을 중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