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도 권한을 가진 교사/ 안희환
교사의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아직 학생일 때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때가 더 나은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말입니다. 사실 내가 학생일 때는 선생님들의 권한이 막강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감히 선생님이란 존재 앞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러니 덤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습니다(물론 어디에나 예외에 해당하는 사람이 한 둘은 있지만)
중학교 시절의 일입니다. 김정훈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학생들의 투표에 의해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훈이는 반장이 되기를 거부했고 그때 담임선생님은 정훈이에게 그냥 반장을 하라고 했습니다. 정훈이는 여전히 거부를 하였고 담임선생은 그런 정훈이에게 화를 내며 주먹질도 하고 발길질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했고 학부모에게 이르지도 못했고 고소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때처럼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나가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종종 마포자루(대걸레 자루)로 얻어맞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나 역시 마포자루로 얻어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방학 때 보충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안한 덕에 개학날 마포자루로 얻어맞았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또 다른 이유로.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체벌을 할 경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이미 구세대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체벌 때문에 학생이 선생님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치 세상이 뒤집힌 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쓰레기통에 던져졌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물론 감정적인 구타나 인격모독적인 체벌, 그리고 정도를 넘어선 손찌검은 마땅히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으로서 잘못 가는 제자를 바로잡기 위해 때로 회초리를 들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행동이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디까지 한계를 그어야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권위를 깎아내리기만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유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블레어 총리가 '사회적 존경 회복 운동(Respect Action Plan)'을 이끌고 있는데 그 일환 중 하나로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의 규율을 잡을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려 하는 것입니다. 교사에게 흉기나 술, 담배, 마약 등의 물건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과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적당한 완력'을 써서 제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준다는 것입니다.
그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이며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지 꽤 궁금합니다. 또 그러한 제도가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지, 또 교사들은 그 권한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생깁니다. 우리나라가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영국의 그 제도가 바람직한 효력을 발생시킨다면 우리나라도 한번 그러한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외부에 돌아다니면 많은 학생들이 무례하거나 난폭하게 행동하는 일을 많이 보게 되고 그 덕분에 선량한 학생들도 같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만 보통의 어른들이 그것을 단속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연히 봉변을 당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기네 학교의 교사이며 그 교사가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제재를 한다면 마구잡이식 행동과 태도를 어느 정도 잡아나갈 수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모여 있는 십대들을 보면서 겁을 먹는 문화가 아니라 활기차고 소망적인 모습을 보는 문화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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