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애완견을 키울 수 없어 자살한 여성/ 안희환

안희환2 2006. 2. 9. 22:09

애완견을 키울 수 없어 자살한 여성/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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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나라 일본의 자살률이 너무 높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는데 이젠 자살률 높은 것이 옆 나라 일본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사는 대한민국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코 유행이 되어서도 안되고 유행일 수도 없는 자살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착찹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1. 

때로는 커다란 이유가 있어서 자신의 절박한 사연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었다고 하는 것은 큰 파장을 일으키곤 했었고 그 덕분에 여론의 관심을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만 그 때문에 자살이란 것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

어떤 경우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IMF시절에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었고 또 부도가 났다든지 더 이상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졌을 때 스스로의 생명을 끊은 사람들, 심지어는 자신만이 아닌 어린 아이들까지 함께 죽음의 길로 몰고 간 사연들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 왔습니다.


3. 

정치적인 현안이나 아주 민감한 사안 때문에 사회의 관심이 쏠릴 때 무언가 비밀을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스스로 생명을 끊은 예들도 있었습니다.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어느 순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됨으로써 조사 결과를 궁금해하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예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4.

어린 십대들의 자살도 한 몫을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중압감을 못 이겨 자살하는 아이도 있었고, 시험을 본 후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생명을 끊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왕따라고 하는 못된 행동의 희생자가 되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한 불쌍한 학생의 이야기는 사회의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5.

그런데 최근 일어난 한 자살 사건은 참으로 마음을 허탈하게 합니다. 30대 여성이 비구니가 되기를 원했는데 절에서 애완견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완견을 안락사시킨 후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그 유서에는 '애완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최선의 길이다. 너무 힘들었다. 같은 관에 넣어 화장시켜 달라'는 내용의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세상을 등진 사람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생명을 너무 쉽게 저버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키우는 애완견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나무랄 필요 없지만 애완견을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생명을 끊을 정도라는 것에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비구니가 되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사실 자살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의 목숨을 끊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애완견으로 인해 생명을 끊은 30대 여성에게도 언니를 포함한 가족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던 벗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은 지인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생명을 끊을 만큼 애완견이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애완견을 하나의 동물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네티즌은 자살한 30대 여성의 죽음에 공감을 표하기도 합니다. “전 이해가 가네여. 심하게 공감되여.ㅜ.ㅜ 누가 알겠어여 강쥐(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저도 그런 적 있었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나 그렇게 공감을 표시하는 현상까지 불편한 마음이 드니 내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듭니다.


술 권하는 사회를 넘어서 자살 권하는 사회가 될까 염려가 됩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미화하고 화려하게 포장을 해도 자살은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마주친 문제와 싸우면서 투쟁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가신 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자살 소식이 들리지 않는 대항민국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