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이 드러났을 때 보이는 태도들/ 안희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다 잘못을 전혀 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원치 않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잘못이라는 것이 드러났을 때 보일 수 있는 태도에 대한 것인데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잘못을 행하고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태도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들입니다. 아마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태도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1. 합리화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처지에 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아마 가장 기본적으로 보이는 태도가 합리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2. 책임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된 요인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것입니다. 책임전가의 대상은 주변 사람일수도 있고, 국민들일 수도 있고, 언론이나 여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임의 무게중심축을 상대에게로 옮기려는 이런 태도는 비겁한 모습입니다.
3. 묵묵부답
요란한 태풍이 지나가기까지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어차피 구설수란 것은 시간 따라 흐려지기 마련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짝 몸을 숙인 채 잠수를 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잠잠해지면 그제야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일어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활동하는 것입니다.
4. 물타기
지금 중심이 되고 있는 상황을 모면키 위해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것입니다. 더 큰 사건이나 상황 쪽으로, 아니면 전혀 다른 측면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서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의 경우 그런 조작은 보다 더 수월해집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현 정부의 태도는 위의 네 가지 요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자신들의 실정을 합리화하고, 그 책임을 국민들과 여론에 돌리기를 밥 먹듯하며, 정작 반응을 보여야할 일에 묵묵부답이고, 자꾸 새로운 이슈를 터뜨려서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뭐 정부만이 아닌 많은 이들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한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정부는 그 책임이 더 중하다 할 것입니다.
최근 찰스 맥그래스라는 벤추라카운티 지방법원의 판사 이야기를 접했는데 잘못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무엇인가에 대해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이클 모랄레스(46)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 그런 판결에 영향을 미친 거짓 증언이 있었음을 알고 나서는 아널드 슈와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감형을 요청하였습니다.
a)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b) 그에 적절한 행동을 수반하는 찰스 맥그래스의 태도는 사실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는 태도이기에 주목을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그런 태도가 독특하게 여겨지고 신문에 오를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혹 잘못을 행하는 경우에 그것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그 잘못된 행동에 대해 수정하려는 행동을 보이는 그런 지도자가 아쉬운 현 상황입니다. 정치 종교 사회 문화 경제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부터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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