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섹스와 스와핑의 합법화 판결을 보고 / 안희환
(전통은 폐기처분의 대상인가?)
전통을 언급하고 강조하면 구세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만 같은 사회 분위기라고 말하면 너무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선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버려야할 인습과 보존해야할 전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전통이라고 하는 것이 무시를 당한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존경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순종하며 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그런 권위에 도전하고 자유를 선언하며 구애받지 않고 사는 것이 소위 쿨한 사람 혹은 깬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져 갑니다.
그러나 과연 과거의 가치관이나 문화 등,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무가치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 사실이고 새로운 가치와 개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당해야 할 옛 문화이며 가치관인지를 묻고 싶은 것입니다.
나는 가정에서 여성들이 남편에 의해 고통을 겪는 것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현대의 똑똑한 여성들은 그런 상태로 결혼 상태를 이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자식이 있는 상황이라 해도 단호하게 이혼을 해버리는 일을 종종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태도는 자식들 생각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우리의 어머니들과 큰 대비를 이룹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들의 그러한 삶이 어리석은 삶이었다고 조롱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 어머니도 아버지로 인해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눈물의 세월을 한없이 보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우리 4남매를 생각해서 이혼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이혼을 한 사람의 입장이야 이해를 한다 해도 이혼하지 않고 아픔의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를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4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내셨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더더욱 하지 말라고. 욕하거나 막말하는 것은 정말 못되먹은 행동이니 그러지 말라고. 이렇게 가르치는 나를 고리타분하다고 하는 학생들은 없었습니다. 뒤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어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싫은 사람은 그림자를 밟아도 좋을 것입니다만 스승의 뒷담화를 때리는(표현이 과해도 이해해주시길) 행동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들 역시 선생님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행동은 자식에게 손해만 끼칠 것입니다. 적어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 마디라도 더 새겨들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최근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캐나다의 대법원이 성인클럽에서의 그룹섹스와 스와핑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인클럽 안에서의 그룹섹스와 스와핑은 합법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행위가 관중이 보는 앞에서 행해진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고 판결이 되었다니 놀랄 일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전통적인 가정의 해체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처럼 여겨집니다. 앞으로는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정조를 지킨다는 것도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하고, 다시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하는 것이 마치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빈번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그게 어떠냐고 따질 사람들이 또 있을 것입니다만 내 생각은 그렇습니다.
왜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사회 특성상 서구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우리나라에 더욱 급속도로 퍼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한가운데에 전통적인 가정의 해체 역시 들어 있을 수 있기에 이런 염려를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단적인 예들이지만 여기에서 시작하여 넓게 확대해가면 전통 가치들이 폐품취급을 당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묻습니다. 정말 옛 문화와 가치관은 폐기처분해야할 구석기시대의 유일인 것입니까? 이런 주장을 펼치기에 소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늘상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번 더 묻습니다.
“전통적인 것은 과연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불과하며 그것을 강조하고 지키려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에 불과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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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장기학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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