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홍콩의 과격 시위는 나라 망신이 아니다(?)/ 안희환

안희환2 2005. 12. 23. 09:38

홍콩의 과격 시위는 나라 망신이 아니다(?)/ 안희환 

 

 

오는 23일에 홍콩에서 과격한 시위를 했다가 구속된 한국의 시위대원들에 대한 재판이 있습니다. 이때 구속된 시위대원들이 혐의를 인정할 경우 바로 판결이 내려집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게 되면 추방 절차를 통해 풀려나는 것입니다. 반면에 무죄를 주장할 경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풀려나는데 시간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홍콩경찰이 고무탄을 사용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농 소속 강승규 씨가 고무탄에 오른쪽 허벅지를 맞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강승규씨는 적극시위가담자로 분류될 것을 걱정해 연행된 후에도 고무탄에 맞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경찰의 과인진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같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구속된 이들이 빨리 풀려나기를 바라고 과잉진압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에 대한 분명한 항의가 있어야할 것입니다. 특별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반대의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또 한 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홍콩에서의 과격 시위가 절대로 잘한 점은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동기가 어떠하든, 그 목적이 어떠하든 타국에서 행하는 시위에 나라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신중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하는 점입니다. 무력을 동원한 시위로 타국에서 구속까지 되는 것은 분명히 나라망신인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글로 밝혔을 때 지지하는 많은 글과 더불어 반박하는 글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농민들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아래는 BIGTR님의 글입니다.


“당신이 지금 농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셨나요? 노동자들의 파업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노동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본 적 있나요! 파업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신병원에 보내야겠지요! 제 생각엔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국익 너무 좋아하지 마십시요. 거기서 독재가 나옵니다. 북한주민들은 국익을 위해서 독재도 참고 있는 겁니다. 북한주민들도 언젠가는 깨닿게 되겠지요.......!”


BIGTR님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과격시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해서 농민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과격시위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농민들을 위하는 증표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과격시위가 아닌 납득할만한 시위를 하는 것이 더욱 농민을 위하는 방법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지나가는이]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할 말을 잃는다. 당신이 홍콩까지 가서 당신이 말하는 망신시킬 짓을 왜 그들이 하는지 단 한번이라도 알아보려고 했는지... 왜 그들이 자신의 아들 조카뻘의 전경과 죽일 듯 다투어야 하는지... 왜 두 사람이 죽어 없어도 당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일부 인용).


이것은 단적인 예이지만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홍콩에서 불법으로 여겨지는 과격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농민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자국민이든 타국민이든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위도 하라는 의미에서 오히려 도움이 되는 비판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감정이 이성을 너무 앞서는 것은 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이상한 논리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으로 여겼던 “목적이 수단을 정당하게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보이는 것입니다. 절박한 이유가 그 이유로 인한 잘못을 잘못이 아닌 것으로 탈바꿈한다는 식의 논조입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떠하든, 목적이 어떻든 잘못은 잘못이며 그것을 지적하여 수정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큰 유익이 됩니다.


리리카님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20년 넘게 의붓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하다가 결국 남자친구와 그 의붓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있었죠. '20년 강간'은 쏙 빼놓은 채 '의붓아버지도 아버지인데 아버지를 죽이다니 살인도 큰 죄고 집안의 어른을 죽인 죄도 크다, 이는 집안 망신이요 대한민국의 윤리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라고 떠드는 그 의붓아버지의 친척을 보는 기분입니다. 이 글을 보니까요”.


여기에서도 모순점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의붓아버지를 죽인 일이 무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 같지 않은 의붓아버지에 대해 분노합니다. 얼마나 고통이 컸으면 그럴까 하며 의붓아버지를 죽은 여자와 그 남자 친구에 대해 동정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이 땅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각 나라마다 법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법이 있습니다. 그 법은 나라를 지탱하는 기초와도 같습니다.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빌미로 법을 어긴다면, 그리고 그렇게 법을 어겨서 불이익을 당한 후 그것에 대해 또 저항을 한다면,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매사가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란 타이틀을 떼어 놓아야할 것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설혹 정당한 요구, 절박한 요구라 해도 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나라 밖의 행동은 우리나라의 얼굴에 영광이 될 수도 있고 먹칠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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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신이라고 하는 표현이 집착하는 것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사신은 디오니님의 것입니다(홍콩 야경).

 

조은뉴스 http://www.e-goodnews.co.kr/sub_read.html?uid=39759&section=sectio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