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홍콩에서 나라망신 시킨 이들에게/ 안희환

안희환2 2005. 12. 22. 10:45

홍콩에서 나라망신 시킨 이들에게/ 안희환 

  

 

요즘은 인권이라는 이름만 내걸면 뭐든 통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명백히 잘못한 경우에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것이 인권침해라고 들고 나오면 골치 아프기 때문입니다. 인권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인 의식 있는 사람이고 수준 있는 사람이며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도무지 개념조차도 없는 무지한 인간으로 낙인찍어버리곤 합니다.


물론 약자나 소수자, 범죄자와 사회 이탈자들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주는 것도 필요하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으며 그런 경우엔 국가적으로 어떤 것이 유익하냐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흐물거리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세만금 공사, 지율의 단식 데모 등에서도 그런 우유부단함이 잘 드러납니다. 때로는 공권력을 확실하게 발동하여 해야 할 일을 일사분란하게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 몇 사람에 의해 질질 끌려다니고 결국 국가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를 끼치곤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런 식으로 사라져버리는 국가 예산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땅을 파서 생긴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도 아니고, 맘 좋은 부자나라에서 그냥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죽어라고 일해서 번 피 같은 돈을 떼어 낸 세금으로 형성한 예산입니다. 그런데 하수구에 쏟아버리듯이 날려버리고는 나중에 다시 진행하는 형편이니 갑갑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번에 홍콩에서 국가 망신을 톡톡히 시킨 세계무역기구반대 시위를 보면서도 착찹한 마음이 듭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우리나라에서 하던 버릇 그대로 홍콩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하다가 한국인 1000여명이 연행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중 838명이 풀려나고 11명은 구속이라는데 이 일로 인해 추락할 한국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언짢아집니다.


만약에 그렇게 구속시키는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였다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시위의 자유니, 인권이 있느니 없느니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르는 분위기를 연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홍콩의 단호한 태도를 알기에 겨우 변호사를 통해 애를 쓰는 것이 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속이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뭐 이것저것 인권침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 수갑을 채운 채로 식사를 하기, 화장실에 데리고 가 옷을 대신 내려주기, 수갑을 채운 채 몸수색, 강제 지문날인 및 조사과정에서의 폭행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그런 식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것 외에 별다른 항의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홍콩의 법과 공권력은 무섭기에 존중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법은 우스워서 함부로 대들어도 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기 부모에게는 막말하고 떼를 쓰고 덤비면서 이웃집 아저씨에게는 공손하게 예의를 차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홍콩에서도 확실하게 인권을 강조하고 구속된 사람들이 풀려날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단식이라도 하면서 목숨을 걸었음을 드러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홍콩의 법과 공권력을 인정하고 순리대로 구속된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할 것이라면 이젠 한국에서도 그런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집안 어른 우습게 여기고 이웃 어른 공경하는 바보같은 짓은 그만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한국 사람들이기에 구속된 이들이 풀려나기를 바랍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구속된 상태도 있는 것은 자존심상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무분별한 시위태도에 쐐기를 박아야 할 것입니다. 인권이라는 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다가 국익에 마이너스가 되는 발생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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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딜러님의 블러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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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뉴스 http://www.e-goodnews.co.kr/sub_read.html?uid=39631&section=sectio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