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나라지킴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 안희환

안희환2 2005. 12. 12. 23:16

나라지킴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 안희환

 

 

처음으로 군부대에 갔던 것은 약 7-8년 전쯤입니다. 한 중대본부에서 교육을 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난생 처음 군부대 내에 들어갔었습니다. 똑바로 선 자세로 날 향해 경례를 붙이는 군인들의 모습에 군대에 가지 않았던(어릴 때의 큰 사고로) 나는 어색함을 느꼈었고 거수경례도 아니고 고개를 숙인 인사도 아닌 어정쩡한 인사를 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날 나는 성심성의껏 강연을 했고 군인들의 반응은 참 좋았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후 연대본부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군인들이 제대를 하면서 소감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내 강연에 대한 소감이 좋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대본부로 보고가 되었고 마침 기독교인이었던 연대장님이 교회에서 설교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그 덕분에 두 번째 군부대 방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갔던 곳은 86정비대대입니다. 정비대대의 경우엔 부대 내의 교회에 86정비대대의 인근 지역에 있는 연대의 대령 부인이 목사님으로 있었는데 그분이 나를 강사로 초대한 것입니다. 그때는 하루가 아니라 3일에 걸쳐 설교를 했었는데 군군회관에 머물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말씀을 전했었습니다.

 

 

                                  (기도하는 군인들)

 

이번에는 파주에 있는 80연대입니다. 그곳 군 교회 목사님의 초대로 가게 되었는데 도착하기까지 2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착한 후 군 교회 목사님과 군관계자 등 몇몇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예배당으로 갔는데 군인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연대장이 기독교인이 아니어서인지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꽤 많은 군인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예배당이 좁아서 서 있는 군인들이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250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나 스스로가 군대의 문화에 많이 적응이 된 모양인지 군인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니 막내 동생같이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때로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람을 말하면서 용기를 주려고 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설교 후에는 함께 데리고 간 청년들이 워십댄싱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마도 한 명을 뺀 나머지가 앳된 여자 청년들인지라 그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발적으로 박수를 쳤으며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습니다. 젊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순서가 끝난 후 앵콜이 들어왔지만 시간 때문에 그것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잠시 숙소에서 다과를 나누고 인사를 한 후 돌아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이들 같은 우리의 젊은 아들들이 전선에 나가 고생하며 나라를 지키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 위에서 손가락으로 지시를 내리는 어떤 인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시간과 정열을 쏟아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에 의해서 나라가 보호를 받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국민들은 군인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나타내야 합니다. 격려와 지지를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분단국가이며 북한의 태도는 믿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군인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며 그들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물론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야 큰 관심을 가지고 군인들을 대할 것입니다. 얼마 전 아들 효성이를 군대에 보낸 박순희님만 해도 감기 걸린 몸으로 새벽예배에 나가 군에 가 있는 아들을 위해 애절하고 기도하는 것을 봅니다. 모두가 그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자식 남의 자식 다지지 말고 군에서 수고하는 모든 군인들을 내 자식인 것처럼, 동생이요 조카인 것처럼 아껴주는 문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직접 두 눈으로 열정적인 군인들을 보고 오니 애틋한 마음이 절로 생겨납니다.

 

                               (함께 간 청년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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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대상이 분명할 때

그리고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할 때

군인은 가장 큰 용맹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적 개념이 희미해지고

군인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하게 만드는

지금의 나라 분위기는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도 남습니다.


무엇을 위해

도대체 왜

총을 들고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도록 훈련받는다는 것은 비참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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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0^/ 입안의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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