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의 일자리가 없다/ 안희환
(정부의 우선 지출을 분명히 해야)
대학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최고 고민은 취업이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과공부보다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또 졸업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대를 갔다 오거나 면제된 남자 대학생들, 또한 군에 가지 않는 여자 대학생들의 경우 그런 식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은 어렵고 졸업은 다가오고 갈등에 빠진 대학생들이 찾는 또 하나의 방법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더 공부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도 어렵고 그냥 놀고 있을 수도 없기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련만 그렇게라도 해서 불안을 해소해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 혹은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안 좋은 소식이 있다. 대학원 졸업생이 대학 졸업생보다 월급이 22만원 적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또한 대학원 졸업생이 비정규직에 취업한 비율이 대학 졸업생의 두 배 가량이나 된다는 것이다. 미취업률은 대학 졸업생이 12.2%인데 비해 대학원생은 16.8%나 되고 말이다.
그렇다면 학문적인 목적을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목적이 아닌 이상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찾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간적으로도 이익이고,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는 동안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이익이고, 취업이 더 잘된다는 이유에서도 이익인 것이다.
예전에 규모가 큰 주차시설에서 중간 간부를 뽑는데 박사 학위자들이 대거 몰렸던 적이 있다. 그 가운데는 국내 박사들도 있을 것이고 외국에 나가 많은 비용을 들이며 학위를 받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꿈에 부푼 가운데 학위 취득을 했을 터인데 교수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이젠 전임강사 자리도 꿈같은 현실이 되었으니 살기 위해 그런 식으로라도 대안을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값나가는 자원이 나오지 않으며, 그렇다고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자원은 사람이고 사람으로만 따진다면 우수한 상황이다. 그런데 고급 인력을 흡수할만한 사회구조가 아니라는데 커다란 문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다면 이민을 가서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을 보냈는데 아이들이 그냥 외국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봐야 그렇게 공부한 것을 활용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실력이 있다 해도 서열이니 조직이니 하는 것들에 눌려 제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씁쓸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좋은 인력들을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3D 일자리는 많이 있으며 궂은일을 싫어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기에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력을 쌓았다면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 잘못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도 실익이 없는 많은 일들을 접어두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을 많이 일으키는 것이 좋다. 이념대결과 사상대결이라는 케케묵은 것을 가지고 치고받고 싸우는 동안 나라의 유일한 자원들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 부채를 늘이지만 국익에 큰 이익이 안되는 것은 단호하게 접어야 한다. 일단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정부의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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