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머리를 발뒤꿈치로 찍은 아버지 / 안희환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의 그 어떤 관계보다 가깝고 중요한 관계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로서 보답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며 이 기초적인 인간관계에부터 사회의 모든 관계로 뻗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의 모습을 보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많이 깨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자녀가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를 내모는 부모도 있으며 부모를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자녀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마저 그 모양일진데 다른 관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한 여성분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여간해서는 그들 부자간의 관계가 원만해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 혹은 어머니의 입장은 오죽 갑갑하겠습니까?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부자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중에 나온 이야기인데 지금부터 거의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다른 방에 누워서 놀고 있는 큰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이는 엉겁결에 누운 채 대답을 했고 아버지는 화가 나서 아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이럴 때 아이를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을 치거나 그것으로 안되겠다 싶으면 회초리로 때리거나 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이가 있는 방으로 가서 누워있는 아이의 머리를 발뒤꿈치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를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도 제 정신이 아니고 아버지도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놀란 것은 어머니입니다.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사건은 이미 발생한 후이고 아이는 구역질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뇌가 상했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아이의 머리에는 이상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도 아버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멱살을 잡고 주먹질하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하니까요.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어머니는 가슴에 멍이 들 수밖에 없을 터이고요. 아들들의 마음엔 깊은 상처가 패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서 아들들은 벌써 20대 후반이 되었고 아버지는 이제 5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부자간의 사이는 살얼음판입니다.
지금도 아들들은 아버지를 피하기만 한다고 하는데 피하는 이유가 어릴 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피했는데 지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에게 주먹질을 하게 될지도 몰라 그것이 두려워 피한다는 것입니다. 그 아들들이 이젠 아버지보다 힘도 세고 체격도 좋으니 실제로 맞붙으면 아버지가 이기지도 못할 것이지만 아버지를 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들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속상하게 하던 아버지라도 아버지 편을 들게 되기도 한다는데 그 가족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서로간의 대화는 단절되었고 불신은 담은 높기만 하며 서로에 대해 남아 있는 정도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낀 아내 혹은 어머니만 죽을 지경인 것입니다.
인격과 역량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낳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며 그렇게 상처받고 자란 사람의 삶 역시 그런 악순환의 고리에 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아버지학교니, 예비부부를 위한 상담교실이니 하는 것도 많이 열리는데 그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회와 국가의 기초단위인 가정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회의 도덕성 회복이니 건강한 나라이니 하는 것도 다 물 건너가고 맙니다. 인성 자체가 망가지는 상황에서 그런 사람이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든든히 선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꾸 깨어져가는 가정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가 염려되는 것은 기우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가정의 회복, 그것은 이 나라의 도덕성의 회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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