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좃선일보와 한걸레와 박쥐인간/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27. 08:30

좃선일보와 한걸레와 박쥐인간/ 안희환 

 

 

내가 글을 쓰면서 국론불열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적극적인 동의의 내용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상황이 너무 안 좋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같이 내 생각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문제를 삼은 것은 다양성의 측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성은 나도 인정을 한다. 다양성이 없다면 그것은 독제국가일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와 다른 대상으로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측면이 너무나 많이 보여진다는 점이다.


상대를 인정하고자 하는 일말의 여지도 없는 듯이 서로를 물어뜯는 토론문화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한 국민이라는 생각보다 다른 두 국민이 한 나라 안에 거주하면서 서로 상대를 짓누르는 것만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듯이 보여지는데 말과 태도의 거칠음이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을 보면 오른쪽에 가까운 언론이 조선일보(동아일보나 중앙일보 포함)일 것이고 왼쪽으로 가까운(좌파 우파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위해) 언론이 한겨레신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표로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주요 독자층을 보면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볼 수 있다. (인터넷 신문으로 따진다면 e 조은뉴스가 오른쪽에 오마이뉴스가 왼쪽에 있다고 볼 것이다)


일부 조선일보 독자층은 한겨레신문을 빨갱이 신문이라고 부른다. 한겨레신문의 논조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몰아낼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은 더 이상 한겨레가 아닌 한걸레로 둔갑을 해버린다. 또 여기에 차마 올리기 힘든 욕설을 하곤한다. 그런 욕설로 인해서 오히려 그 논조가 힘을 잃기도 하는데 말이다.


반면에 일부 한겨레신문 독자층은 조선일보를 수고꼴통신문이라고 부른다. 조선일보의 논조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친미주의자라고 부르며 쫓아내야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더 이상 조선일보가 아닌 좃선일보로 둔갑을 해버린다. 또 이들 역시 여기에 차마 올리기 힘든 욕설을 하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등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우리나라엔 좃선일보와 한걸레가 있어서 이 나라를 망칙 있는 주범으로 열령히 활동하고 있는 것이며 수구꼴통과 빨갱이들이 가득한 나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조금은 극단적인 표현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의 구분이 전혀 불가능한 구분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국론 분열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 나라 두 국민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양극으로 치우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양극에 치우친 사람들이 비난을 하는 웃기는 현상이 있다는 점이다. 색깔을 분명히 하라느니 어느 한편에 분명히 서지 못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태도 속에는 자신들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는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전적으로 자신들을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선입견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분명한 자기 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쥐인간 취급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사상적인 배경을 말하라면 나는 오른쪽으로 많이 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보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독자도 아니고 왼쪽으로 가 있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부른 적도 없다. 나는 그들은 나와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강한 어조로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좃선일보가 없다. 조선일보가 있을 뿐이다. 한걸레가 없다. 한겨레가 있을 뿐이다. 박쥐인간은 없다. 그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백성일 뿐이다. 이 무슨 장난 같은 글이냐고 따질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차근차근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모욕을 주고 함부로 말하고 이름까지도 조롱하는 내용으로 변경시키고 욕설을 한다고 해서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지지자를 끌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배설물을 여기저기 늘어놓는 것밖에 안된다. 자기야 배설하니 시원하겠지만 그것을 보는 주변 사람들은 더러운 냄새로 인해 얼굴을 찌푸린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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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영복님의 작품입니다.

글과 조화를 이루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부드러움을 안겨줄 수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꽃을 보면서 읽으면 마음도 더 누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소박하면서도 바보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서로 어루러진 대한민국을 꿈꾸며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