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달라는 청탁 / 안희환
글을 써달라는 청탁은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일으킨다.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부담스런 마음이다. 요즘은 여러 곳에 글을 올릴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단행권을 내기 전까지는 기고한 글이 실린 책을 모아두어야겠다.
아래는 이번 주간에 받은 이메일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건승하심을 빕니다
다름 아니오라 문학에 대한 좋은 뜻을 지닌
문인들이 모여 한국문학의 우수성과
순수문학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새롭게 장을 펼쳐나가는
월간 시와글사랑문학 2006년 1월호에
선생님의 원고를 아래와 같이 싣고자 합니다
저희 시와글사랑문학은
좋은 글은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한다는 취지로
전국 국공립도서관과 사립 도서관
각대학교 국어 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도서관에
무료 기증하고 있습니다
이점 널리 이해해주시면서 많은 협조 당부 드리겠습니다
장르 : 시.수필
분량 : 2편(편당 18행 미만)
원고마감 : 2005년 12월 5일까지 도착 분
작품과 함께 사진 1매, 약력 5행 내외로 첨부
그리고 책을 받으실 주소와 전화번호 명기해 주세요
원고 보낼곳
이메일주소 E-mail : ccc2638@hanmail.net
보낼 곳: 월간 시와글사랑문학 편집실
150-033/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 3가 7번지 아쟈 쇼핑몰 1521호
TEL : (02)2175-2938 FAX : (02)2175-2939
2005년 11월
월간 시와글사랑문학
발행인/이문주
주관 /이효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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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수필로 신인문학상을 받았을 때 소감문으로 썼던 글이다.
나는 미친 듯이 읽고 쓴다 / 안희환
나는 어릴적에 큰 사고를 만나 학교를 일년 쉬었다. 몸은 늘 아팠고, 친구들은 한 학년 위였으며, 같은 방 아이들은 일년 후배들이었기에 힘든 시절을 보냈다. 특별히 체육 시간 같은 때면 다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는 동안 나는 교실을 지키며 쓸쓸히 있곤 했다. 그리 크지도 않은 교실이건만 홀로 남은 내게 교실은 그렇게 커보일 수가 없었다.
그때 교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책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책은 그때로부터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교실에 묶여 있는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온갖 곳을 날아다닐 수 있게끔 도와준 것이 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씩 끄적거리며 글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들이었으나 그때의 내게는 속에 맺힌 것을 풀어주는 돌파구가 글쓰기였다. 답답하던 마음을 글로 옮겨놓으면 마치 내 답답함이 종이 위로 옮겨가버린 듯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문장력도 점점 좋아졌고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백일장에 늘상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곤 하였다.
그런 나의 습관은 지금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나는 읽기와 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어떤 때는 정말 미친듯이 글을 써댄다. 워낙 오래전부터 써왔던 글이라 그런지 쑥쑥 써내려가는데 다 쓴 다음 읽어보면 봐줄만한 글이 꽤 나온다(^O^). 그렇게 써내려간 시가 이제 1200여편 되며, 수필이나 칼럼식으로 쓴 글들도 상당한 양이다.
손에 쥔 펜 아래 하얀 종이 위에는 언제나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 나만의 도성을 그 한 복판에 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영광스럽지도 않고 찬란하지도 않을 도성인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먼 여행에서 돌아온 가정같이 포근하고 아름다운 도성이다. 나는 세상의 고민을 그 도성의 한 창고에 풀어 놓고 푹 쉰 다음에 도성을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대답은 '노'이다. 피곤해지기는 커녕 기운이 팍팍 난다. 그래서 나는 늘 펜과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다른 사람이 운전을 해줄 때면 조수석에 앉아서 생각나는 단편들을 기록한다. 그리고 기록은 살이 붙고 가죽이 덮힌 후 나의 소중한 친구로 살아난다.
어찌보면 글쓰기는 내게 있어 취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나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이니까. 나를 생생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이니까. 지금도 미친듯이 읽고 쓰는 나이지만 그것을 핀잔하지 않고 받아주는 아내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나는 앉은 자리에서 내가 쓴 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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