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불수 남편에 천사같은 아내/ 안희환
세상엔 사랑이란 말이 넘치지만 진짜 사랑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삭막한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의 홍수 속에 정작 마실 물이 없듯이 그렇게 사랑이란 말의 홍수 속에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참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못한 채 쉽게 갈라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겠지요. 가장 좋은 모양새로 이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하는데 대개의 경우 좋은 모양새가 아닌 서로 지지고 볶으며 싸우다가 미움과 증오 속에 이혼을 하니 아이들의 상처가 얼마나 심하겠는지요. 그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보면서 무엇을 배우겠는지요?
내 주변에도 그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아니는 중학생인데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아버지가 용돈을 안 준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한 후 딸과 아들을 데라고 사는데 아이들을 거의 방치한다는 것입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가끔 용돈을 집어주곤 했습니다.
부부간에도, 부모와 자녀 간에도 이렇게 사랑이 메말라버려 사막을 걷는 듯이 건조한 세상 속에서 때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나쁜 소식들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때로 마음을 찡하게 하는 좋은 소식을 듣곤 합니다.
다음에 소개하려는 글도 그처럼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던 글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던 글입니다. 이 글은 [너에게로 가는 카페]에서 내가 방장으로 있는 수필 컬럼방에 올랐던 글입니다. 쓰신 분은 주향기란 필명을 가지 분이고 미국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평소 따스한 수필을 많이 올리시는 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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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불때마다 나는 마음이 떨리고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그녀의 표정이 밝으면 안심이 되고 내 마음이 놓이고 나도 기쁘다. 그녀는 항상 밝고 명랑한 편이지만 그녀의 환경이 너무나 피곤하고 어두워서 언제까지나 그렇게 밝게 살 수가 있을지 연약한 나는 항상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멋쟁이 처녀일 때에 은혜 받고 나서 나 같은 사모가 되고 싶다고 하더니 신학생과 결혼해서 사모가 되어 한국으로 나갔고, 개척교회 목회를 아주 신나고 재미있어 하였다. 그러던 중 목사님이 성전 수리를 하다가 위에서 떨어진 무거운 쇠 덩어리에 목뼈를 다치게 되어 목만 움직이고 손과 발 하나도 꼼짝할 수가 없는 전신 장애자가 되었다. 결국 그 가족은 미국의 본 교회로 돌아오게 되었다.
장애자 천국인 미국에서 세 어린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뿐만 아니라 24시간 보호자도 보내주고 너무나 완벽하게 살게 해 주지만 그래도 아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
온 전신의 신경은 마비되었지만 팔 다리가 저리고 추웠다 더웠다 해서 추울 때도 히터를 틀어 놓을 수가 없다(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함). 또 밤에 계속 남편을 주물러주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데다가 대소변을 보도록 도아주어야 하기에 한 순간도 남편 곁을 떠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런 내색 없이 항상 밝고 감사해 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는데 이곳이 우기(雨期)로 들어서는 바람에 남편이 외출하기도 힘들지만 남편의 몸이 너무 안 좋다고 하고 본인(아내)도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내 어머니께서 걱정하신다.
교회 철야예배에 나와서 찬양하는 모습을 볼 때에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저보다 더한 슬픔과 고통이 있을까? 당신들이 밝게만 산다면 그 삶 자체가 승리요, 주님께 영광이오.’라고 생각하며 안타깝게 기도해 줄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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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남편 상황이라면 살짝 이혼을 해도 나무랄 사람보다는 심정적으로 동정할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자신의 전 삶을 헌신하면서 남편을 보살피는 아내의 모습은 정말 사무치도록 아름답습니다. 그 가족의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샘솟듯 솟아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쩌면 이런 소식이야말로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영롱한 보석처럼 빛나는 멋진 사람들이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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