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아내에게 돈을 빌리고, 작은 아들에게도 빌리고/ 안희환목사(예수비전성결교회, 중독예방시민연대공동대표)

안희환2 2020. 4. 11. 13:13

아내에게 돈을 빌리고, 작은 아들에게도 빌리고/ 안희환목사(예수비전성결교회, 중독예방시민연대공동대표)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 때는 헌금 시간이 있습니다. 제 경우 5만원씩 헌금을 드립니다. 그런데 진짜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드리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좀 달라고 했습니다.

 

계산해보니 20만원이 필요해서 20만원만 달라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큰 아내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얼굴 표정이 확 바뀝니다. 그 표정을 사진 찍어놓았어야 하는데요.

 

제가 아내에게 용돈을 줄 때면 아내의 입에서 감사합니당하는 애교 목소리가 나옵니다. 표정도 한없이 밝고요. 그런데 남편이 돈 좀 달라고 하니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변하다니 제가 헛살았나 봅니다. ㅠㅠ

 

그렇게 20만원을 이야기했는데 가만 보니 주일 새벽을 빼놓고 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추가해서 말을 했고 마침내 은행에서 돈을 찾은 아내로부터 2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습니다. 작은 아들 효원이 생일이 411일이었던 것입니다. 하는 수없이 아내에게 받은 25만원 중에서 5만원을 떼어 효원이 생일 선물로 주었습니다.

 

문제는 더 있었습니다. 금요예배 생각을 못한 것입니다. 금요일에는 선교헌금을 드리는데 그때 드려진 헌금은 전액 선교사님들을 돕는데 사용됩니다. 저는 가장 적게 드릴 때 10만원 드리고 많게는 1-2백만 원씩 헌금합니다. 가진 게 있으면 다 쏟아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아내가 준 돈에서 다시 10만 원을 떼어 금요예배 선교헌금으로 드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토요일 새벽에 드릴 헌금이 없었습니다. 금요일 밤에 아내에게 5만원을 빌렸습니다(빌린 것은 갚아야 합니다).

 

이제 주일 새벽에는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가 효원이에게 5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생일 선물로 5만원 주었으니 그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줬다 뺏는 것 같아서 조금 찜찜하지만 갚을 것이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제가 돈을 엄청 많이 쌓아놓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니 후원해달라는 요청들을 하는 거겠지요. 거지인 줄 아는 것보다 부자인 줄 아는 게 더 낫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다윗의 심정이 더 마음이 와 닿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이 생기면 그것을 하나님께 드린 다윗, 성전을 짓는데 필요한 비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드렸던 다윗, 그렇게 드리고도 공치사하지 않고 오히려 더 드리고 싶어 안달이 난 다윗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제가 드리는 헌금을 다 모았으면 노후 준비를 벌써 마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드리는 삶을 살 것이고요. 설혹 돈만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을 드린다 해도 십자가에서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