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군부터 흐리멍덩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안희환

안희환2 2010. 12. 30. 17:04

군부터 흐리멍덩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안희환

 

 

 

남한을 적화하려는 북한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안보 상태는 심각하게 해이해졌습니다. 더 이상 북한을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그럴듯한 소리로 현혹하는 사람들이 있고, 허망한 환상에 빠져 그런 소리를 들으며 맞는 말이라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남한의 군사력이 우위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국민들의 안이한 정서 이상으로 문제인 곳이 군입니다. 정작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이 군인데 너무 느슨하게 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일어나는 군의 사건들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싸워야 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며 훈련을 받던 군인데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주적이라고 하는 내용을 빼놓았으니 말 다 한 것입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다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맛보았습니다. 무고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소식을 접하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 만큼이나 속상했던 것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이 꽤 있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안보불감증이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직 슬픔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끔찍한 사건이 또 떠졌습니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것입니다. 대상은 놀랍게도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입니다. 무고한 국민들이 죽었으며 삶의 터전인 집들이 불타버렸습니다. 천안함 때와는 달리 북한에 우호적인 반응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친북 인사들의 입지는 확실하게 줄어들었고 국민들은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와중에 국방장관이 경질되었습니다. 새로 국방장관이 된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민들 앞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에 의해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김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응징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국방장관으로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주적 개념을 부활시키겠다고 했는데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도 공감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27일에 이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만이 도리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됐다”고도 하였습니다. 이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새로 발간되는 국방백서의 내용은 실망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북한이 주적이라고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의 우리의 적”이라고 되어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김장관이 큰소리친 것은 무엇이며 이대통령이 라디오 연설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북한의 김정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변하지 않는 한 북한 정권 역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뭔가 얻어낼 때마다 살짝 꼬리를 내릴 뿐 건수가 생기면 금방 이빨을 드러내며 물어뜯으려하는 북한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 앞에서 스스로를 무장해제하려는 남한의 모습은 가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전히 적화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 앞에서 재롱이나 부리고 있는 꼴입니다.

 

남한의 행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도 도발 당시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사망한 북한군 5명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하였습니다. 민간인에게 포격을 해서 죽이다가 반격을 받아 죽은 사람이 졸지에 영웅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실상입니다.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북한정권은 분명히 주적입니다. 국방백서에 분명히 명시해야 합니다. 군부터 흐리멍덩하다면 국민들에게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미래 http://cafe.daum.net/realkor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