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얻어맞는 선생님들/ 안희환
지금 어른들 중에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에게 매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너무 심한 매질을 가한 선생님도 있었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체벌을 행한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그와 달리 정말 학생들을 바로 잡아주려는 마음으로 매를 든 선생님들도 겪어보았을 것입니다. 특히 학생 주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저마다 그와 관련한 추억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선생님이라고 하는 위치가 이전처럼 학생들에게 비중 있는 존재가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선생님이란 존재를 어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관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게 된 이면에는 학부모들의 안 좋은 영향도 있습니다. 학부모들 스스로가 선생님들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아이들이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일을 겪었다고 판단되면 학교로 쳐들어가 난리를 피우기도 하니 선생님들은 학생들 앞에서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님이 등장하였습니다. 곽교육감님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유·초·중·고교 체벌 전면금지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방침이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한 사람에 의해 체벌이 금지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학생들을 어떻게 통솔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벌만 급작스럽게 금지시켰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곽교육감의 체벌금지령이 발표된 후 일부 학생들은 더 이상 체벌을 할 수 없는 선생님들을 얕잡아보기 시작하였고 선생님의 지위를 무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패륜적인 행위들도 속속 등장하였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여교사가 수업시간에 떠든 여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자 해당 여학생이 무슨 참견이냐며 교사를 발로 걷어차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학생들이 반항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들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조차 매를 들 수 없게 하는 것이 진정 학생 인권을 위하는 일인지요?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자신을 꾸중한다는 이유로 40대 여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수원에서도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생님이 책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라 했고 학생이 인상을 쓰자 선생님이 훈계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학생이 선생님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선생님이 쓰러진 후에도 폭행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생의 교사 폭행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자 선생님입니다. 남자 선생님들의 경우 힘이 있기에 학생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대신 힘이 없는 여자 선생님이 폭행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여자 선생님들의 경우 학교에 가거나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후환(?)이 두려워 잘못하는 학생들을 보아도 더 이상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교실 붕괴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고요.
학교의 현실과 선생님들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교육 지도자의 정책이 이처럼 큰 문제를 야기하리라고는 어느 누구 생각했겠습니까? 학부모들의 민도가 낮고 학생들의 정서가 안정정적이지 못한 한국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손과 발만 묶어 놓은 채 곽노현 교육감님은 선생님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은 그냥 샌드백처럼 얻어맞는 역할을 잘하고 월급이나 받아가라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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