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한 전력으로 참패한 북양함대의 교훈/ 안희환
[발칙한 군사학](장리지, 야오사오화 지음)에 보면 청의 북양함대가 일본의 연합함대에 의해 참패한 요인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참패의 원인으로 군대를 운용하는 사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군사력의 차이로 인해 청의 북양함대가 참패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해이해진 정신 상태로 인해 참패한 것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실상 군사력에 있어서는 청의 북양함대가 일의 연합함대보다 우세하였습니다. 철갑선의 경우 북양함대가 연합함대보다 6배가 많았고, 비철갑선만 연합함대가 약한 우세하였습니다. 청의 정원호와 진원호의 철갑 두께는 14인치였고, 경원호와 내원호의 철갑 두께도 9.5인치나 되었는데 장갑시설이 현저하게 부족한 일본에 비해 압도적인 우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력의 경우도 북양함대가 연합함대보다 훨씬 우세하였습니다. 북양함대의 정원호와 진원호는 모두 12인치 대포 4문으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대구경과 소구경 역시 북양함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였습니다. 당시 북양함대의 화력은 아시아 최고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이었기에 청일전쟁(1984)은 청나라가 이기리라고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청이 일본에 완패하는 것으로 승부 지어졌습니다. 청의 북양함대가 큰 피해를 입은 반면 일의 연합함대는 한 척도 침몰하지 않았으니까요. 청이 군에 투자한 것의 60% 밖에 투자하지 않은 일본인데 대등한 전쟁도 아니고 아예 게임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니 청의 입장에서는 매우 쓰라린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일전쟁 이후 청나라는 일본의 눈치나 보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청의 패배 요인으로 기강해이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양해군의 규정에는 각 군관이 모두 종신토록 배에 머물며 공관을 세우지 않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딩루창 제독은 그런 규정을 무시한 채 해군 사무소가 있던 지역에 집을 지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지은 집을 장교들에게 세를 놓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장교들은 눈치 보지 않고 밤에 배를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최고 통수권자인 리홍장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징계를 내리던지 아니면 경고 조치라도 취해야 했을 것입니다. 규정이 있고 그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을 최고 통수권자가 모른 척 하고 있다면 기강이 무너지지 않을 군이 어디 있겠습니까? 군령을 어긴 마속을 참수했던 제갈량 이야기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군 기강은 웨이하이 해전 후반에 내원호와 위원호가 일본 어뢰정의 공격을 받던 날에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내원호와 위원호의 장교들이 기생을 보기 위해 상륙했다가 아예 귀환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전쟁 중에 기생을 보러 가느라 자리를 지키지 않은 장교들과 그들의 지휘를 받는 군인들이 제대로 싸운다면 그것이 곧 기적일 것입니다. 결국 청의 기강 해이가 압도적으로 압선 전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참패하게 된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라는 위협 세력과 늘 맞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을 통해서 북한이란 존재가 말 뿐의 위협이 아닌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고요. 따라서 첨단 무기를 들여오고 군의 체계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등의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전력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전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군의 기강이 바로 서는 것입니다. 아무리 첨단의 무기로 치장을 한다 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장교들이나 군인들이 나사가 풀린 채로 있다면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입니다. 구태여 청의 북양함대를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현재 대한민국의 군은 정신을 바짝 차린 채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물어야할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물음에 정직한 대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답이 밝지 않습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군부대 내 사고, 무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혹, 주적의 의미조차 희미해져버린 안보 의식, 체력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과체중인 장교들, 공격을 받고나서도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는 군의 행동력 기타 등등.
실제적으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군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젊음을 나라 위해 바친 것만으로도 격려를 받아야할 대상입니다. 문제는 상층부에서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더 나아가서 정치 논리로 군을 군답지 못하게 억압하는 정치세력입니다. 그들 모두에게 [발칙한 군사학]의 일부를 줄 쳐서 선물해야할 것 같습니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지켜지는 것입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이가 부르짖는 평화는 어둠 속에 가라앉고 맙니다. 주변의 힘 있는 나라가 개입하여 평화를 선물로 안겨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늘날 각박한 국제 정세는 각 나라가 자국에 이익이 될 때에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군 고위층 인사들이나, 일반 국민들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때입니다. 피로 지킨 이 나라를 사자의 입 속에 집어넣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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