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자신이 부자인줄 알다/ 안희환

안희환2 2008. 9. 25. 19:19

자신이 부자인줄 알다/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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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울거나 웃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돈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도 의리도 다 저버리는 그런 사람들 역시 많은 것 같습니다. 돈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고 대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돈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돈 돈 돈 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저 역시 돈이 싫지 않습니다. 아니 돈이 없을 때는 아쉬운 것이 많고 때로는 속상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학원비나 유치원비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돈이 싫다고 말한다면 저는 위선자일 것입니다. 12평짜리 전세에 살면서, 그나마 전세금조차도 다 우리 돈이 아닌 상황에서 돈이 싫다고 하는 것은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돈이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과 그 유혹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사탄이 열개의 병을 들고 한 청년을 찾아와서 여기 아홉 개의 병에는 꿀물이 들어 있고 한 개의 병에는 독약이 들어있는데 꿀이 들어있는 병을 찾아 마시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처음 청년은 돈이 아무리 좋다 해도 생명과 바꿀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유혹하는 사탄의 간청에 청년은 `열병 중에 딱 한 병인데...'하며 떨리는 손으로 병 하나를 골라 마셨습니다.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난 청년은 돈을 받으며 다시는 자기를 찾아오지 말라고 사탄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사탄은 청년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습니다. 이제 아홉 개중 하나를 마시면 돈을 두 배로 주겠다고 말입니다.

 

청년은 쉽게 번 돈으로 방탕한 삶을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기야 알콜 중독, 마약중독 등으로 몸을 망가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탄을 향해 그만 나타나라고 명령했던 청년이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사탄을 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탄의 손에는 두병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여덟 병니나 마셔버린 것입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 노년에 이른 그는 마지막 병을 고르기 위해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다행히도 그가 고른 병엔 독이 아닌 꿀물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는 신이 나서 외쳤습니다. "아! 나는 이겼어. 끝까지 살아나고야 말았어! 이제 어서 돈을 내놔라." 그렇게 승리에 도취되어 어쩔 줄 모르는 노인에게 사탄은 마지막 병을 스스로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후후, 처음부터 독약이 든 병은 없었지, 그러나 너는 이미 돈이라는 독약에 죽어가고 있었지! 너는 청춘을 돈이란 종이에 얽매어 살다가 영원한 것을 잃어 버렸다. 이제까지 받은 돈

의 대가를 지금부터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고통과 함께 지불해야 할 것이다."

 

진짜 독은 병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야말로 인생을 죽이는 독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처럼 독을 마시면서 살아갑니다. 잘 살기 위해 돈을 추구하는데, 돈에 대한 추구가 오히려 삶을 망가뜨리고 행복한 삶을 단축시켜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추악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니 탐욕이야말로 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초등학생인 큰 아들 효빈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효빈이 말이 자기 반에 부자인 아이들이 다섯 명이 있는데 자기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부자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집이 좁고 엄마는 일하러 다니고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을 쉬고 있는데도(꼭 돈 때문만은 아님, 아이가 가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함) 효빈이는 자기를 부자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효빈이의 그 말을 수정해주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 집이 부자라는 것은 맞지 않지만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은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보다 넉넉한 집안인데도 모자란 것만 집중하며 불평하는 것보다 가진 것이 적어도 스스로 자족하며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효빈이의 그 말 덕분에 저는 한참 동안 기분 좋은 상태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밤에 이슬 피해 누울 공간이 있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고,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한 끼 식사를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이 있고, 하늘이 뚫린 공간에서 별 보며 자는 이들이 있고, 헌 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해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울고 웃지만 돈 때문에 울고 웃기엔 아까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분명히 멋진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감격하고 기뻐하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는지요?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분명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밝아질 것임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