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독수리/ 안희환
살다 보면 상처를 입을 때가 많습니다. 많은 세월을 살았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상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만큼 인생살이에서 상처는 수없이 우리들을 찾아노는 것입니다. 특별히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거나, 화상을 입거나, 수술을 한 후에 남는 몸의 상처도 아픔이지만 마음으로 입은 상처는 더 아프고 더 오래갑니다.
저 역시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큰 수술을 몇 차례 받기도 했기에 몸에 아주 커다란 상처의 흔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지금도 몸이 힘들고 아플 때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마음으로 입은 상처 역시 적지는 않습니다. 그로 인해 겪은 좌절감과 자격지심이 저를 괴롭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상처가 몸에 대한 것이던 마음에 대한 것이던 나쁜 것이거나 해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히려 상처로 인해 생각이 더 깊어지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고통이 크고 길었던 만큼 얻는 것 또한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처에 대한 반응 양식도 점점 더 긍정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소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채봉 님의 글 중에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는 아름다운 글이 있습니다. 짧고 단순한 글이지만 참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글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처를 입은 젊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날기 시험에서 낙방한 독수리,
짝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독수리, 윗 독수리로부터 할큄을 당한 독수리, 그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그들은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는 데 금방 의견이 일치했다.
이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고 있던 독수리 중의 영웅이 쏜살 같이 내려와서 이들 앞에 섰다.
"왜 자살하고자 하느냐?"
"괴로워서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겠어요."
영웅 독수리가 말했다.
“나는 어떤가? 상처 하나 없을 것 같지? 그러나 이 몸을 봐라."
영웅 독수리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 빗금 진 상흔이 나타났다. "이것 날기 시험 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윗 독수리한테 할퀸 자국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에 드러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빗금 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영웅 독수리가 조용히 말했다. "얘들아, 일어나 다시 날자꾸나.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 뿐이란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김원중이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가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없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가수들이 누가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게 김원중이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것은 제가 부를 수 있는 대여섯 곡의 가요들 중에 김원중님의 “바위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래는 모르지만 김원중님의 노래 중 참 좋은 가사를 가진 노래 하나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상처없는 새 어디 있으랴
(배경희 글,곡/박우진 편곡)
바람 세차게 부는 캄캄한 절벽 끝에
마음 여리고 상처 입은 새가 있었네
두려운 하늘을 날아 몹시 추운 밤
지나 지친 날개는 찢기고 모든 꿈을 잃었네
쉽게 깨어지는 게 꿈이라곤 하지만
지나온 날보다 남은 날들이 소중하잖아
자 날개를 펴고 날아가 보자
푸른 하늘을 저 높은 하늘을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새 어디 있으랴
드러난 상처보다는 마음의 빗금들이
더욱 아프게 너를 짓누르고 있겠지
그러나 울지는 마라 포기하지도 마라
저기 산 끝을 물들이며 날이 새잖아
자 날개를 펴고 날아가 보자
푸른 하늘을 저 높은 하늘을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새 어디 있겠니
독수리는 상처로 인해 자살해서는 안 됩니다. 주눅 들어 있거나 자포자기 하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 상처는 살아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날갯짓을 하며 창공을 날아 오른 과정들이 독수리를 독수리답게 만드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자신은 독수리가 아닌 참새일 뿐이며 독수리를 향한 충고는 참새 같은 자신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그것은 속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참새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을 참새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자 독수리 같은 사람들이여. 다시 날개를 끄집어내십시오. 날갯짓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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