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없는 접촉사고 가해자/ 안희환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접촉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입니다. 차는 워낙 많은데다가 도로는 복잡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저 역시도 여러 차례 접촉사고를 경험하였는데 일부는 제 잘못으로, 일부는 상대방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또 일부는 쌍방의 과실이었고요.
이런 이야기하기 민망하지만 제가 피해자일 때 차가 많이 파손되지 않은 경우 대부분 상대방을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어차피 차라고 하는 것이 타고 다니다 보면 접촉사고가 나기 마련이고 조금 상처 난 것을 가지고 큰 수리비를 들여 수리하는 것은 자원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공업사만 돈 벌게 해주는 일이고요.
반면에 제가 상대방에게 실수한 경우엔 상대방이 단 한 번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살짝 닿았을 경우에도 범퍼를 다 교체해야 하다면서 수리를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보다 더한 경우는 운전자가 병원에 드러눕는 경우였는데 그럴 때는 정말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심불량인 것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거주자 우선주차장 옆으로 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길이 좁았기에 그 옆으로 조심스럽게 지나가는데 갑자기 서 있던 차가 뒤로 후진을 하면서 제 차를 박았습니다. 뒤쪽 범퍼와 뒷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부분이 긁혀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차주는 밖으로 나오더니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서 있기만 했습니다.
마침 접촉 사고 장면을 목격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저를 보고 보험 처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접촉사고를 낸 차주에게 보험사에 연락해달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은 전화를 하더니 보험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해달라고 한 후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제 휴대폰에 입력해 놓았습니다.
다음 날 연락을 했더니 상대방은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그냥 가라고 해놓고는 무슨 보험사에 전화를 하라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 말 한 적이 없고 분명히 어제 보험사에 연락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습니다. 목격자 아저씨의 이름은 모르지만 종종 그 근처에 차를 대는 분인데 그 분이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상대방은 그제야 보험사에 연락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보험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문자를 계속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혹시 상대방이 너무 어려운 형편인데다가 무보험 차량인가 싶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솔직하게 사정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어렵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저는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제 대신 상대방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상대방이 경찰에게 화를 낸 모양인지 경찰은 왜 자기에게 화를 내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누그러진 상대방은 보험사에 연락을 하겠다고 하였고 저는 교통과 밖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다시 전화를 하니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몇 차례 반복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갔습니다. 결국 상대방은 경찰의 반복되는 연락에 지쳤는지 보험사에 연락을 했고 제 차를 공장에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의 연락에 저는 또 한 번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제가 그냥 가도 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긁힌 부분이 그렇게 넓지 않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목격자 이야기를 하니 보험사 직원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습니다.
차를 고치기는 했지만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한번만 봐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만 했어도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경찰서까지 찾아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연락을 하는데도 그렇게 버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게다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거짓말까지 하다니요. 목격자가 없었다면 골치 아플 뻔 했습니다. 참 양심 없는 세상입니다.
'안희환사랑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도 죽고 여동생도 죽은 상황에서 일어난 사람(박정렬 사장)/ 안희환 (0) | 2008.10.20 |
---|---|
블로그의 랭킹, 조회수, 댓글/ 안희환 (0) | 2008.10.17 |
자신이 부자인줄 알다/ 안희환 (0) | 2008.09.25 |
상처 입은 독수리/ 안희환 (0) | 2008.09.13 |
여자가 지닌 엄청난 위력/ 안희환 (0) | 2008.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