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시티렉스를 더하면?/ 안희환
둘째 아들 효원이는 6살입니다. 효원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제가 효원이를 데리고 있는데 함께 있으면 심심한 줄을 모릅니다. 효원이가 워낙 잘 노는데다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재치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제가 웃음을 터뜨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더하기 놀이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느닷없이 엉뚱한 잘문을 했습니다. “효빈(효원의 형)이 더하기 효원이는?” 효원이는 형제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쭈 제법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아빠 더하기 엄마는?” 효원이는 부모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더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효원이가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홈플러스 더하기 시티렉스는 뭐에요?” 홈플러스와 시티렉스는 효원이가 자주 가는 곳인데 두 건물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도대체 큰 건물 둘을 합하면 뭐가 되는 걸까? 홈플렉스? 시티러스? 제가 대답을 못 하자 효원이가 답을 말했습니다. “공룡게임.”저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공룡게임은 효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고 효원이가 자주가는 홈플러스와 시티렉스에는 바로 그 공룡게임이 있습니다. 동전 500원을 넣으면 멋진 공룡 두 마리가 나오는데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공룡이 지는 공룡을 밀던지, 집어 던지던지, 밟던지 해서 이기는 그런 게임입니다. 결국 효원이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저에게 던진 것입니다. 그 날 저는 효원이에게 공룡 게임 한 판을 시켜주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제 차를 타고 가던 효원이가 한 마디를 던집니다. “아빠 하늘이 참 멋져요.” 저는 깜짝 놀라서 효원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사실 그 말은 제가 잘 하는 말입니다. 차를 몰고 가다가 종종 하늘을 보는데 구름이 멋지게 하늘을 장식한 날에는 하늘이 참 멋지다고 말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효원이가 먼저 그 말을 끄집어 낸 것입니다.
대견해서 효원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효원이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 구름은 너무 잘난 척해요. 자기가 멋지다고 폼을 잡아요.”저는 더 놀랐습니다. 그리고 효원이의 그 말은 저에게 시 한편을 지을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비록 제가 정식으로 시를 배운 적도 없고 시집을 낸 적도 없지만(중학생 이래로 평생 시를 써오고 있음)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효원이가 시의 좋은 소재를 제게 제공해준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훈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가만 보면 아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꽤 많습니다. 제가 효원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곤 하듯이 많은 어른들도 자신들의 어린 아이들로 인해 깨닫게 되는 신선한 것들이 많지 않겠는지요?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상상력이 더 풍성하고 사고의 제약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지루하거나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그런 소리 들을 각오하고 이렇게 글을 썼으니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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