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아들이 준 값진 선물/ 안희환

안희환2 2008. 8. 29. 18:47

아들이 준 값진 선물/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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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 것은 참 유익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얻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제 머리와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은 한계가 있고 수준이 높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한계를 넘어선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측면에서 사람과 사물과 사건과 자신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얻기도 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댄 세퍼라는 사람의 글입니다.

 

어느 날 내가 볼 일이 있어서 급히 차를 몰고 나가려는데 내 아들이 작은 손을 내밀며 달려왔다. 아이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두 눈빛 작은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차 유리문을 내리고 쳐다보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에게 드릴 선물이 있어요." "정말로?"

 

나는 흥미를 가장하며 말했지만, 내심으론 시간이 늦어지는 것 때문에 초조해졌다.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천천히 손가락을 펴서 여섯 살짜리의 보물을 내보였다. "아빠에게 주려고 이걸 가져왔어요." 그 작은 손에는 흰색 구슬 하나, 낡고 고장난 경주용 자동차, 토막난 고무 밴드, 그리고 몇 가지 물건이 더 있었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아이는 자부심에 차서 말했다. "이걸 가지세요, 아빠. 아빠에게 드리는 거예요." "지금은 안 된다, 얘야. 난 어디를 급히 가야 하거든. 그걸 내 대신 차고의 냉동기 위에 올려놔 주겠니?" 아이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는 내 지시에 따라 차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큰길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면 좀더 감사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아, 네가 나에게 준 그 멋진 장난감들 어디에 두었니?" 아이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아빠가 그것들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길래 아담에게 주었어요."

 

아담은 길 건너편에 사는 어린 소년이다. 나는 그 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감사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보물들을 선물 받는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아이의 결정은 내 마음에 상처를 주었지만 난 응당 그런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그것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내가 무신경한 반응을 보인 결과일 뿐이었다.

 

 

이야기의 요점은 간단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주었는데 아버지는 바쁘다는 이유로, 또 아이가 준 선물이 크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탓으로 아이의 선물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아이는 큰 실망을 경험하였고 아이에게 소중한 물건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함으로 받는 다른 아이에게 주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앞으로 아이가 주는 선물이 있다면 그것이 내게 유용한 것이 아닐지라도 환호성 가운데 기쁨을 가지고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저는 양양에 가 있었고 그곳에서 생일을 맞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아들 효빈이는 멋진 선물을 준비할 테니 기대하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 6살짜리 작은 아들 효원이는 자신에게 있는 천자문 카드 한 장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윗글을 읽은 터라 저는 호들갑스럽게 말했습니다. “우와 진짜야. 고마워. 꼭 줘야 해.”

 

효원이는 제 큰 목소리를 듣자마자 기분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통 크게 나왔습니다. 천자문 카드 다섯 장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효원이의 인심에 보답을 하듯 더 크게 환호송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한 후 뿌듯해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아내의 휴대폰)가 왔습니다. 천자문 카드 일곱 장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효원이가 가지고 있는 카드의 삼분의 일 가량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효원이는 제가 다섯 장의 천자문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일곱 장 아니었느냐고 물으니 알았다면서 두 장을 더 주었습니다. 저는 신나는 표정을 지으면서 천자문 카드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효원이는 제 옆에서 계속 천자문 카드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에게 있는 카드는 무엇이며 제게 있는 카드는 무엇인지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저에게 천자문 카드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다섯 장을 주던지 두 장을 더해서 일곱 장을 주던지 그것에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작은 아들 효원이에게 값진 것이고 효원이가 자신의 값진 보물을 기꺼이 저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저는 기뻐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 카드들을 잘 보관해두고 있는데 효원이는 종종 저에게 준 자신의 카드들을 확인해보곤 합니다. 자신의 보물을 제가 잘 간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