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절대 안 된다 소영아/ 안희환
얼마 전 언급한 소영이(가명)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소영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충격을 받았던 저는 혹시 소영이가 자살이라도 할까(자살하려고 약을 모아놓은 상황이기에) 두려워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시간이 비는 날이 금요일이었기에 금요일 저녁에 만나자고 하였는데 소영이는 그 날에 친구와의 선약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는 목요일 저녁에 시간을 내기로 했습니다. 원래 그 날 연세 드신 여러 분들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여주에서 말입니다. 일단 저 혼자만이라도 양해를 구한 후 여주에서 서울로 일찍 출발할 생각을 했고 소영이에게는 저녁에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당일이 되었습니다. 여주에서 서울로 출발한 저는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소영이는 여자 청년이고 감수성도 예민한 아이인데 저보다는 아내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머뭇거리던 아내는 함께 소영이를 만나겠노라고 하였습니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아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피아노 학원에서 가까운 신도림역입니다.
7시 20분경 신도림역에서 소영이를 만났습니다. 아내와 인사를 시킨 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식당(빕스)으로 향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는 소영이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다시 접하면서 목이 메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음식을 더 가져오는 척 하며 자리를 비켰습니다. 그 동안 아내가 소영이와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소영이는 어려운 중에도 공부를 계속 했고 숭실대학교에 입학했었습니다. 그러나 형편 상 전문대학교로 옮겼고 이제 졸업반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학교 수업을 많이 빠졌기에 겨우 졸업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꿈도 있었습니다. 여자경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만 꿈꾸는 가련한 소녀가 되어 있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와 저는 소영이를 계속적으로 설득하였고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소영이는 마지못해 약속을 합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입니다. “저 약속을 잘 안 지키는 편이에요.”
사실 소영이는 자궁암치료(다행히 아직 초기) 외에도 다른 치료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손 떨리는 것도 고쳐야 하며 형편없이 나빠진 위도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알콜 중독증세입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었는데 그 역시도 계속 치료해야할 것이고요. 그 모든 것을 생각하면 제 정신조차 아득해지니 당사자야 오죽 하겠습니다. 그 속에 가득할 절망감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소영이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와 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마음껏 도울 수 없는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소영이의 사정을 알고 있는 교수님 한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소영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상의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본인 나름대로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인맥이 넓은 분이니 좋은 분들이 많이 연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집에서 소영이이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밤늦게 답장이 왔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느라 문자를 늦게 보았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술을 많이 마시곤 하는 소영이기에 제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졌습니다.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도록 흔들리는 마음이겠지만 그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늘 곁에 붙어있을 수도 없고 그러는 것을 반기지도 않을 것이니 돕고 격려하면서 믿고 기다릴 뿐입니다.
“소영아. 너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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