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자궁암에 걸린 소녀/ 안희환

안희환2 2008. 7. 20. 18:20

자궁암에 걸린 소녀/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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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가영)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21살의 어린 나이의 청년으로서는 너무 가혹할 만큼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는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말하는 소영이보다 제가 더 많이 울다 보니 민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도저히 감정을 절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영이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동생도 있고요. 어머니는 살아계시지만 집을 나가버린 상태입니다. 그런 어머니와 통화를 하기는 하지만 소영이는 늘 그 어머니의 눈치를 봅니다. 자신이 어머니를 힘들게 하면 어머니가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에 몸이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소영이 어머니는 자기 때문이라며 죄책감을 느꼈고 한 동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소영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제 눈에 특이하게 보인 것은 소영이의 손이었는데 심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고 보니 두 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충격적인 일을 겪었었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중인데 그 후유증이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술 때문입니다. 고통스런 삶의 도피처로 너무 많이 마신 술로 인해 몸이 엉망이 된 것입니다. 위도 다 망가진 상태이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자궁암에 걸린 것입니다. 아직 초기인지라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병원비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부모들 역시 딸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애가 탔습니다. 도대체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소영이는 얼마 전만 해도 나가요걸이 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술시중을 들어야하고 몸도 팔아야 하는 일인 줄 알지만 자신이 그렇게 일함으로써 동생이라도 공부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친구들에게 다시는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황이었고 10일 쯤 전후로 약을 먹을 생각으로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소영이 말고도 홀로 가슴앓이를 하는 어린 청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접하게 되는 청년들 중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꽤 많이 있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제가 도울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정말 애간장이 녹습니다. 소영이의 경우도 그처럼 애간장이 녹는 경우이고요.

 

며칠 지난 후 다시 소영이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할 것이고요. 혹시 그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행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기에 다음에 만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며칠 동안 만이라도 소영이의 마음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졸이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