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암에 걸린 소녀/ 안희환
소영이(가영)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21살의 어린 나이의 청년으로서는 너무 가혹할 만큼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는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말하는 소영이보다 제가 더 많이 울다 보니 민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도저히 감정을 절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영이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동생도 있고요. 어머니는 살아계시지만 집을 나가버린 상태입니다. 그런 어머니와 통화를 하기는 하지만 소영이는 늘 그 어머니의 눈치를 봅니다. 자신이 어머니를 힘들게 하면 어머니가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에 몸이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소영이 어머니는 자기 때문이라며 죄책감을 느꼈고 한 동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소영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제 눈에 특이하게 보인 것은 소영이의 손이었는데 심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고 보니 두 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충격적인 일을 겪었었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중인데 그 후유증이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술 때문입니다. 고통스런 삶의 도피처로 너무 많이 마신 술로 인해 몸이 엉망이 된 것입니다. 위도 다 망가진 상태이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자궁암에 걸린 것입니다. 아직 초기인지라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병원비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부모들 역시 딸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애가 탔습니다. 도대체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소영이는 얼마 전만 해도 나가요걸이 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술시중을 들어야하고 몸도 팔아야 하는 일인 줄 알지만 자신이 그렇게 일함으로써 동생이라도 공부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친구들에게 다시는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황이었고 10일 쯤 전후로 약을 먹을 생각으로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소영이 말고도 홀로 가슴앓이를 하는 어린 청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접하게 되는 청년들 중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꽤 많이 있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제가 도울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정말 애간장이 녹습니다. 소영이의 경우도 그처럼 애간장이 녹는 경우이고요.
며칠 지난 후 다시 소영이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할 것이고요. 혹시 그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행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기에 다음에 만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며칠 동안 만이라도 소영이의 마음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졸이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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