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호 할아버지의 눈물/ 안희환
68세이신 차명호님은 큰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얼마 전 평생을 함께 하시던 아내를 잃으신 것입니다. 몇 개월이 지나가지만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보낸 아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그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집에 들어가기도 싫다고 했었는데 아내의 흔적이 집안 구석구석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명호님은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외롭게 지내던 차명호님은 아내를 만난 후 때론 아내처럼, 때론 어머니처럼 아내를 대하며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집안 일은 스스로 하실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본인은 공장 운영만 하고 나머지 집안 일은 모두 아내가 맡아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아내가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집을 내놓겠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딸과 사위가 함께 살고 있는데 그들에게 집을 하나 마련해주고 본인은 작은 집 하나를 얻어서 혼자 생활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집에 갈 때마다 보이는 아내의 흔적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생각해낸 결론이 아내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아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사시던 차명호님에게 또 하나의 어려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몸이 계속 아픈 것입니다. 기운이 없는 것입니다. 기침을 할 때마가 가래가 끓는 것입니다. 결국 병원에 가셨고 병원에서는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폐에 큼직한 종양이 하나 생겼는데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다리가 풀렸다고 합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합니다. 저와 이야기를 하시면서 자꾸 눈물을 글썽이십니다.
지난 주간에 차명호님은 삼성의료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차명호님은 환자복을 입은 채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시 눈물을 흘리십니다. 흐느껴 우시는 작은 어깨가 너무나도 안쓰러웠습니다. 꼭 안아드렸는데 차명호님은 한참을 우시다가 진정하십니다. 이럴 때 아내라도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듭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결과가 나옵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슴을 졸일 차명호님을 생각하면 제 가슴도 떨립니다. 폐에 생긴 종양은 둘 중 하나일 것인데 안 좋을 경우 암이고 괜찮을 경우 단순 종양이라는데 부디 암이 아니길 바래봅니다. 아내가 암으로 생명을 잃었기에 암이란 생각만 해도 초조해하시는 차명호님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아픔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차명호님이 아내를 잃으신 후 가끔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위로를 해드리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병원에 누워계시니 함께 밥 먹으러 나갈 상황도 아니고 병원에나 종종 찾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제 처지가 차명호님보다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찾아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 나을 테니 찾아가야 하겠지요.
차명호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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