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고 찔리는 사람들/ 안희환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살아가는 부부를 보면서 원앙같다는 말을 합니다. 원앙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보듬어가면서 산다고 하는 말은 화목한 부부를 향한 최고의 찬사인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누군가로부터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앙은 수놈이 암놈을 여럿 거느린다는 것입니다. 행복한 부부를 원앙 같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숫수놈은 혹시 좋을지 몰라도 암놈의 입장에서 좋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특히 사람).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쩌면 그 이야기야말로 인간살이의 진실을 드러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보기에 무척 화목하고 사이 좋아 보이는 부부도 실상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수많은 문제와 고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지요? 집안에서의 부부 모습과 집밖에서의 부부모습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요.
어디 부부 뿐이겠습니까? 보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의사소통 체계가 수준 높고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이 실상은 막힌 소통 관계로 인해 탄식하고 절망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하며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 저 자신도 섞여 있고요. 어느 누구도 나는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람의 세상살이를 고슴도치로 이해해본 적이 있습니다. 함께 있으면 서로 상처를 주고 떨어져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늘 어느 정도의 적정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처와 외로움 사이를 줄다리기 하다가 지나가 버린 인생의 뒤안길에서 아쉬운 한숨을 쉬기도 하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함으로 찔렸던 고슴도치 인생의 한 과정으로 인해 가시를 뽑아내며 비명을 지르는지 모릅니다. 가시와 함께 딸려 나오는 핏방울은 보다 유용한 곳에 쓰였으면 좋을 사람의 에너지인데 엉뚱한 곳에 소비되고 있는 것이고요. 아픔을 이겨내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창조적인 것에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한다면 그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겠지요? 그게 인생인 것이기에.
어차피 고슴도치 인생이 사람의 일상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면 그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가급적 가시의 크기를 줄이고 가시로 자신을 찔러 아프게 한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또한 자신이 가시로 찌른 것을 인식하고 용서를 고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남 몰래 은밀한 곳에서 눈물 찔끔 흘리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세상이며 살아볼만한 인생이라고 소리를 질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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