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우는 후배/ 안희환

안희환2 2008. 5. 1. 09:18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우는 후배/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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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는 사람의 영원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과거나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사람은 어느 누구나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요. 사랑과 이별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며 저 자신도 그런 과정을 겪었는데 그것이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후배 가운데 한명이 최근에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후배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후배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는 대학 때 만났으며 꽤 긴 시간을 교제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후배의 여자 친구는 얼마 전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는데 얼핏 보니 후배와 여자 친구 사이가 그렇게 친밀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배는 여자 친구에게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써 보냈고 전화를 했으며 심지어는 여자 친구의 자명종 역할도 해주었습니다. 혹시 늦게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후배가 더 일찍 일어나 전화를 해서 깨워주었던 것입니다.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기꺼이 달려갔으며 생일 등에는 커다란 카드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종종 후배는 여자 친구 때문에 속상해 했었습니다. 자신은 문자를 자주 보내고 글도 자주 쓰는데 여자 친구는 그러지를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보고 싶어 안달인데 여자 친구는 무덤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자꾸 뒤로 미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통화한 이후 시무룩하게 있는 후배의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내에게 후배 이야기를 했더니 여자 친구의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 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여자가 그렇게 나올 때는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오랜 기간 사귀었기 때문에 차마 헤어지자고 말을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도 하였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배에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빙 돌려서 아내의 이야기를 전달해주었습니다.

 

후배는 결국 여자 친구와 이별하였습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후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정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자 친구가 먼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냈고 후배는 그러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많이 힘들겠구나”라고 말했는데 후배는 그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립니다. 등을 두드려주었는데 소리 내어 흐느낍니다. 그 아픈 마음이 내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사실 그런 경우 저는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랑과 이별이란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울고 있는 후배에게 휴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날 후배는 밥을 한 끼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약이 빨리 효과를 나타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 젊은 시절을 풀이 죽은 채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후배가 너무너무 사랑하고 아낀 여자 친구이기에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후배의 모습을 보며 이 아픈 시간들이 내면을 깊게 만드는 소중한 과정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