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일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안희환

안희환2 2008. 3. 25. 16:40

일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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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일이 많아지니 이러다가 일에 치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생깁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할 시간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렵더라도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살필 시간조차 가지지 못한 채 일하는 것은 결국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제 하루의 일과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교회에 가서 설교를 했습니다. 평소처럼 기도를 실컷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아침 수업에 갖다 내야할 레포트 때문입니다. 저녁에 시간 내서 더 기도하자는 심산으로 집을 향했고 아침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포트 작성을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것과 더불어 아침 9시까지 열심히 준비하니 세 편의 리포트를 거의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서 10시부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몸이 얼마나 피곤하던지 졸음이 자꾸 달려들었습니다. 눈을 비벼가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친 후 빈 강의실에 가서 아직 완성하지 못한 리포트를 완성했습니다. 1시 10분부터 다시 강의를 듣기 시작하였는데 오전보다 더 피곤했습니다. 온 힘을 짜내어 강의를 들었는데 나중에는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원래 마지막 수업이 6시 30분에 끝나는데 그날 해야 할 일정이 하나 더 있었기에 교수님에게 양해를 받아서 서대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날과 다음 주에 걸쳐 두 번의 컨퍼런스를 인도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도착하니 시간이 거의 다 되었고 7시에 시작한 모임은 10시가 다 되어 끝났습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한 저는 온 몸이 아프고 힘들어서 씻은 후 곧바로 누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새벽예배를 땡땡이 치고 만 것입니다. 제 본업이 목사인데 목사로서의 중요한 업무를 빼먹다니 정말 속상했습니다. 몸을 추스른 후 출근을 했는데 여전히 정신이 몽롱합니다. 그나마 오후에 약속된 시민단체 리더들 모임을 다음으로 연기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 가지 일이 더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목요일 저녁이나 화요일 저녁에 젊은 청년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모임 하나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용희 교수님이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다시 그런 모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서 승낙을 하고 만 것입니다. 몇 차례 정도가 아니라 매주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인데 사고(?)를 치고만 것입니다.

 

사실 새벽부터 리포트를 쓰던 날 저는 심각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휴학을 할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논문 주제도 정해야 하고 다음 달이면 외국어 시험도 봐야 하고, 이제 교회 건축도 진행을 해나가야 하는데 제 시간과 몸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휴학하고픈 마음을 꼭 누르고 한주가 지나갔습니다만 힘에 겨울 때마다 그런 갈등이 또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삶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일들을 저질러 놓기만 한듯합니다. 각 분야가 대충 발을 디딘 것이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씩 발을 뺀다고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동안 친분관계를 쌓았던 분들의 섭섭함과 만류를 넘어선다고 하는 것이 저에겐 너무 버거운 문제입니다. 이번 봄은 아무래도 가지치기의 계절이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