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에서 떨어진 어린 고양이/ 안희환
저는 고양이를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었고 데리고 놀던 추억이 많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고양이를 개와 비교하면서 정도 의리도 없는 동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주인을 알아보고 잘 따릅니다. 애교를 부리는 방식이 개처럼 요란하거나 적극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고양이도 나름대로 애교를 부립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내 때문입니다. 아내가 고양이를 너무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계단 위에서 고양이가 온다든지 저 앞쪽에 고양이가 있다든지 하면 난리가 벌어집니다. 그 자리에 서서 꼼짝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아내에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도무지 꺼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 털 등이 아이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개든 고양이든 털이 있는 동물을 집안에서 키우면 아무래도 털이 빠져 날아다니기 십상이고 아이들이 그 털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실제로 동물을 집안에서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 털이 몸 안에 쌓이기도 한다는데 그런 면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수가 없는 저로서는 다른 사람의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을 때 그 고양이를 만지거나 안아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합니다.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있고 구석진 곳에서 어린 고양이들을 낳기도 하는데 그런 고양이들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몇 차례 다가가 보았지만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해서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멀찍이 도망가 버리곤 합니다.
얼마 전의 일입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집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리 집은 3층에 있는데 2층 정도 올라갔을 때 뭔가가 후다닥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린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계단을 다니다가 저를 보고 놀라서 그 위로 올라간 것입니다. 제가 3층으로 올라가자 고양이는 난간 위로 올라가더니 다시 내려옵니다. 뛰어내리려다 보니 너무 높아서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망설이는 어린 고양이를 보면서 잡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손을 할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제 옆을 통과해서 계단 밑으로 도망가려고 하는 어린 고양이였는데 제가 못 지나가도록 몸을 움직이니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제가 4층으로 올라가니 고양이는 저를 피해서 옥상(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고양이는 저를 피해 난간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그 옆으로 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난간 위에서 미끄러져 집과 집 사이의 틈으로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깜짝 놀란 저는 얼른 난간 쪽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린 고양이가 뒤집어진 채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움직임이 멎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고양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쫓아다닌 덕에 공연히 어린 고양이를 죽게 했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답답해졌습니다.
3층 집으로 가서 볼 일을 보고 떨어진 고양이의 시체라도 주워서 묻어주려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벽과 벽 사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조금 전에 뒤집어진 채 누워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입은 채 돌아다니다가 얼어 죽을까봐 집과 집 사이를 빙빙 돌면서 고양이를 찾아보았는데 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숨을만한 곳을 뒤져보아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양이가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많이 다친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탈이 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뒤섞인 제 마음을 추스르며 결심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어린 고양이를 보더라도 쫓아가지 말고 못 본 체 해야지.’저는 좋아서 어린 고양이를 쫓아간 것이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공포 자체였을 것입니다. 제가 좋다고 하는 사소한 행동이 고양이에게는 생명을 빼앗길만한 큰 일이 된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 사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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