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비참했던 어떤 사람/ 안희환
정말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할 만큼 최악의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큰 고통 속에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참 행복한 상태구나 라고 생각할 만큼 이 사람의 지금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첫째로 이 사람은 오랫동안 도망을 다녀야 했습니다. 특별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잡아 죽이려고 쫓아다녔습니다. 덕분에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조건을 다 박탈당하였습니다. 여기저리 살 곳을 옮겨 다녀야 했고 산 속에 숨어 살기도 하였습니다. 마침내 망명생활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로 이 사람은 망명 생활 중에 겨우 얻는 자신의 집이 불에 타버리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물론 살던 집이 자신의 집은 아니었습니다. 망명간 나라의 힘 있는 사람이 이 사람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여 그 집에 살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었습니다. 처음 그렇게 살 집이 생겼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이제 그 집이 불타버린 것입니다.
셋째로 이 사람은 망명 생활 중에 힘들게 번 모든 돈을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좋은 곳에 투자한다고 돈을 쏟아 부었다가 날린 것이 아닙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이다가 거덜 난 것도 아닙니다. 못된 인간들이 이 사람이 집을 비운 틈에 쳐들어와서 죄다 가져가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입니다.
넷째로 이 사람은 아내와 아이들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재물을 강탈하고 집에 불을 지른 악한 사람들이 이 사람의 아내와 자녀들까지 납치해 가버린 것입니다. 지금 아내와 자녀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안다고 해도 되찾아올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이 사람에게 남은 것은 이제 자신의 목숨 하나뿐입니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것입니다.
이 사람이 누구일까요? 이 사람은 바로 다윗입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비참함을 현대식으로 맞게 재구성해본 것입니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 시글락이라는 블레셋의 한 성에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과 함께 망명 생활을 했는데 그만 아말렉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물건들을 노략질하고 성을 불사르고 다윗과 다윗을 따르는 이들의 아내와 자녀들을 납치해간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너무 쉽게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자로만 읽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인물들이 겪은 수많은 일들을 우리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의 삶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포자기를 하거나 심지어는 자살이라고 하고 싶은 상황에 놓여있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다윗의 경우 위의 고통들에 더해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돌을 들고 자신을 치려하는 고통도 겪습니다.
이때 다윗이 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없습니다. 마치 빛이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온 세상이 암담하고 깜깜할 뿐입니다. 바로 그 순간에 다윗은 주저앉아 있지 않고 일어납니다. 그 비결은 간단합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입니다. “6 백성이 각기 자녀들을 위하여 마음이 슬퍼서 다윗을 돌로 치자 하니 다윗이 크게 군급하였으나 그 하나님 여호와를 힘입고 용기를 얻었더라”(삼상 30장).
알곡과 쭉정이는 평소에 함께 있습니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면 쭉정이는 날아가고 알곡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자와 모래 위에 집은 자 모두 집의 외형은 그럴듯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면 무너져버리는 집과 견고히 서 있는 집으로 그 차이점을 드러냅니다. 그런 면에서 다윗은 알곡이요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바라보고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아무 것도 없는 정말 속에서 그 눈을 들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해가야 합니다. 환경 탓, 사람 탓, 재수 탓, 문제 탓 하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지금이야말로 하나님만 역사하시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적의 순간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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