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 제자/ 안희환
제게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제자(“바다에 누워”라는 필명을 씀. 이름은 비밀^^)가 한 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선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분이 감히 저의 제자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당신 스스로가 자꾸 그렇게 칭하시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생각이 깊으며 발전이 빠른 분인데 현재 여성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글을 기고하기 전에 저에게 먼저 보내주시곤 합니다.
최근에도 글 한편을 이메일로 보내시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글을 보여드릴 때마다 부끄럽네요.
뭔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글로 옮기다보면 매번 머리가 하얗게 되는지 미스테립니다.
함 보시고 미진하거나 하면 샘 생각을 빌려주시고 보태주시면 황공무지로소이다.ㅎㅎㅎ
우리 여자들은 모였다하면 시댁 이야기는 거의 단골 메뉴거든요.
그것을 볼때마다 글로 한번 써봐야지 했는데 막상 써 놓고 보니 계란으로 바위만 내리친 꼴이라는걸 느껴 좀 씁쓸하네예
되도록 혼자 서 보려고 했는데 결국 또 샘 신세를 지고 말았으니....
어여쁘게 봐 주시고 ㅎㅎㅎ
몇날 며칠을 낑낑 거리다 오늘 손 털었답니다. 식구들 쫄쫄 굶고 밥 달라고 아우성인데
필 받았을 때 써야 한다고 이러고 있지 뭐에요.ㅎㅎ
이만 식구들 밥 줘야겠네요
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감동적인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사실 이메일이 온 것을 진즉 확인하였는데 확인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며칠을 그냥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이 모자라서 보내주신 원고를 살펴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족한 사람을 향해 선생이란 칭호를 써주는데 대충 살펴본 후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시침 뚝 떼고 제 볼일만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메일을 못 받았나 싶어 다시 보내신 이메일을 보고 너무 미안한 나머지 결국 보내주신 글에 먼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너무나도 잘 쓴 글이기에 문맥만 손을 본 후 이메일로 수정한 칼럼을 보내드리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답장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글을 잘 받았습니다.
샘의 칭찬에 얼마나 신이 나는지..상기된 볼, 귀에 걸린 입..
지금 제 상태랍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더니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사실 칭찬보다는 샘의 마지막 말에 저 완전 감동 먹었다는 것 아닙니까
든든한 아군이 뒤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그것도 짱!을 ㅎㅎㅎㅎ
요즘 글지(작가)라는 모임을 갖고 한 달에 한 편씩 써 회원들간에 활발한 토론을 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머리로 글을 쓰느라 괴발개발이였지만
열의만큼은 어느 작가 못지 않답니다.
샘의 그림자도 못 쫓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샘 긴장해 주세요.ㅎㅎㅎ
오늘 밤은 마음 푹 놓고 잘 것 같네요.
비록 마음의 장부에 빚이 쌓여가지만....
샘!
저녁 맛나게 잡수시고, 멋진 밤 보내세요.
늘 샘 언저리에서 얼쩡거리고 있을 울산 아지메 올림....
비록 청춘남녀가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정이 오가는 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사실 제가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제가 도움을 받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또한 여성이시기에 제가 보는 것과 또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스스로가 용기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누워]님은 저로 하여금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인 것 같습니다.
2008/01/10 [15:20] ⓒ 이조은뉴스
'안희환사랑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층에서 떨어진 어린 고양이/ 안희환 (0) | 2008.01.29 |
---|---|
엽기적인 집을 소개합니다/ 안희환 (0) | 2008.01.21 |
좀비론님께 드리는 엉뚱한 편지/ 안희환 (0) | 2008.01.06 |
나를 이렇게 좋게 봐주다니/ 안희환 (0) | 2007.11.28 |
가출한 여중생들을 만나다/ 안희환 (0) | 2007.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