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론님께 드리는 엉뚱한 편지/ 안희환
많은 소설들이 있고 그 내용과 문체, 그리고 느낌이 다르지만 그 중 [오블로모프]라는 소설은 상당히 흥미 있는 소설입니다.
30대 초반의 한 몽상가안 오블로모프가 무위도식 하며 살다가 아름다운 처녀 올리거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을 앞두고 복잡한 일들이 많게 되자 그는 올리거로부터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오블로모프]가 행복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너무 안일한 생활을 한 덕에 운동 부족으로 심장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참 어이없는 결말인데 그렇기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입니다.
묘한 사실은 책 제목이 [오블로모프]암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인 올리거가 진짜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점입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소설 속의 여인 올리거에게 연정을 느꼈다고 하니까요. 뭐 올리거를 진짜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오블로모프]의 저자는 곤차로프인데, 이분의 책을 읽으면서 좀비론님이 생각난 것은 그가 소설가 치고는 극히 적은 작품을 남겼지만 [오블로모프] 한 편으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며, 님이 아끼고 아낀 후 남기게 되는 한 작품이 후에 빛을 발하게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요.
좀비론님과 저는 기본적인 성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다작이요 좀비론님은 글을 아끼는 편이고, 저는 개인적인데 반해 좀비론님은 사회적이며, 저는 몽상적인데 반해 좀비론님은 냉철한 스타일이니까요. 거기에 더해 다른 사고로 인한 충돌도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호감을 느낀 것은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에 대한 좀비론님의 정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공간은 또 하나의 세계이고 이 세계 속에는 수많은 환멸의 요소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은데 그것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통찰력을 가진 분에게서는요.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 문학은 삶의 한 돌파구였습니다. 판자촌의 생활이라는 힘들고 고달픈 삶의 여정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도망갈 수 있는 구멍이었으니까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좀비론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 글이 현실에 깊이 뿌리 내리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의 절박함 속에서 문학을 취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었으니까요.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주고받는 글들 속에서 문학과 현실이라는 두 기중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하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문학 쪽에 더 가까운 저의 정서임을 느낍니다.
좀비론님은 제게 좋은 문우이자 스승으로서 사고의 폭을 넓게 해줄 분으로 보입니다. 좀비론님이 고민의 껍질을 깨고 하나를 드러낼 때 그 하나 속에서 드러날 공룡알의 부화를 기대해봅니다. 혹시 티라노 사우르스의 알이라면 제 처지가 위험해지겠지만 까짓거 각오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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