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사람이야/ 안희환
나라고 하는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착한지 나쁜지, 강한지 약한지, 단호한지 우유부단한지, 예리한지 둔한지 스스로 내리는 평가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평가가 더 옳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평가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삶의 태도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사람들이 좋게 봐주어도 스스로가 스스로를 최악으로 본다면 우울한 기분이 떠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은 스스로의 자기 평가가 다른 사람들에 의한 평가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의 평가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동시에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는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매우 유용한 사고방식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그 두 가지 자신을 보는 방식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러면 내가 보는 내 성격은 어떠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라는 사람이 꽤 끈질긴 면이 있다고 하는 점입니다. 혹시 오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미리 변명을 하자면 이 글은 저를 자랑하기 위한 글이라기 보며 제가 저를 보는 관점을 담담하게 나눠보려는 것에 목적이 있으니 좋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끈질긴 면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일이 있는데 신문배달입니다. 저는 가난한 집안 살림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을 돌렸는데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겨울철 눈이 쌓인 날에 골목길이나 조경하는 곳을 가로질러 가려면 쌓인 눈 때문에 애를 먹을 때가 많았습니다. 풀어놓은 개에 물리기도 하고요. 그러나 중간에 그만 두지 않았습니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할 때 까지는.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몸이 엉망이 된 저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몸이 부딪히는 날에는 고통에 몸부림쳐야했기 때문입니다. 살짝 닿기만 해도 저는 뒹굴었습니다. 그래서 수치스러웠습니다. 상대방은 멀쩡한데 나 혼자만 아파서 데굴데굴 굴러야한다는 것이 무척 저를 힘들게 한 것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동안 운동장과 담을 쌓고 살던 저는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십자가 이상, 오징어 이상 등의 놀이(몸을 부딪쳐야 하는)와 축구 등의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숨이 넘어갈 만큼 통증이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이를 악물고 계속 부딪히는 일을 했습니다.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썩 건강한 편은 아니지만 이젠 축구든 족구든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부딪히면 아픈 측면이 여전하지만 이젠 제법 잘 참아냅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인 것 같습니다. 후배 중 하나가 육상선수였는데 형인 저를 놀리고 제가 쫓아가자 도망을 갔습니다. 달리기 선수인지라 제가 잡을 수 없으리라고 확신했던 모양입니다. 그 후배는 정말 빨랐습니다. 일단 신체구조가 저보다 월등하게 발달되어 있고 계속 운동을 해왔던 터이라 그렇지 못한 제가 따라잡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떨어진 상태로, 아니 점점 멀어져 가는 상태에서 뒤쫓아 가는 것뿐이었습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후배는 저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단거리에서는 제가 그 후배를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죽어라 쫓고 또 쫓았더니 그 후배가 잡히고 만 것입니다.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사과를 한 후배는 질렸다는 말을 한 마디 더 했습니다. 그날 저는 먹은 것을 다 토해낼 뻔 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광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러나 처음 글을 쓸 때 그것은 제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들이 너무 절망적이었고 답답했으며 늘 억눌린 마음에 폭발하기 직전인 제 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두 가지 방법뿐이었습니다. 하나는 기도였고 다른 하나는 글쓰기였습니다. 그 중 글쓰기는 그 흔적이 남았는데 노트에 고스란히 기록된 덕입니다.
그 후로 저는 틈이 날 때마다 글을 썼고 어느 시점 이후에는 매일 산문 한편과 운문 한편을 쓰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전에 제가 많이 아팠을 때 그것을 알고 있는 어떤 분이 절 보고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것을 보니 무척 아프다고 하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입니다. 끙끙 앓고 있다가 진액을 짜내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린 것인데 그런 오해를 산 것입니다. 이 정도면 끈질긴 면이 있지 않은지요?
제게 어떤 능력이나 재능이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몰라도 있다면 그것을 썩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끈질기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 보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으니까요.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삶에 깊이 베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저를 향해 “지독한 사람이야” 라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그런 성격의 저이기에 저는 재치가 번뜩이는 사람보다 끈질긴 사람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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