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외장 하드와 열쇠를 잃어버린 후/안희환

안희환2 2007. 8. 17. 09:19

외장 하드와 열쇠를 잃어버린 후/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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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성도들에게 범사에 감사할 것을 가르쳐왔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도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 자신이 범사에 감사하지 못하면서 성도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위선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선자의 말을 듣는 성도들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모든 상황 속에서 감사한다고 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속상하고 피곤하고 지칠만한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서적으로 예민해져서 불평의 말이 뛰쳐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평까지는 아니라 해도 얼마든지 투덜댈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크고 엄청난 일에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사소하고 미미한 일을 가지고도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언짢아져서 감사의 자세가 아닌 원망의 태도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크든 작든 모든 일들 속에서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저로서는 감사의 훈련이 저의 일상 가운데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제 자신의 훈련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수련회 인도 중에 발생했습니다. 청소년 수련회 강사로 많은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했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를 전하고 강사 숙소에 들어온 저는 노트북용 외장 하드가 사라졌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순간 아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쓴 글과 찍은 사진을 포함하여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잠시 아찔한 것을 제외하고는 마음의 평정을 금방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자료를 가득 담은(2년 동안 모은 것) 하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미친 듯이 투덜댔던 제 모습이었는데 확실히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분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님). 다만 한 가지 각오를 했을 뿐입니다. “반드시 백업을 해두어야겠구나”.


또 하나는 열쇠 뭉치의 분실입니다. 새벽에 차를 몰고 나오면서 분명히 열쇠뭉치를 챙겼는데 그 열쇠 뭉치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19개의 열쇠가 매달려있는 그 뭉치는 제게 너무 중요한 것이었는데 자동차 열쇠를 비롯해서 집 열쇠와 교회의 여러 공간을 열 수 있는 열쇠, 사물함 열쇠 등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열쇠들을 일일이 복사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고 다 복사할 때까지 엄청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짜증이 날만도 한 상황이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저의 태도는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인지라 저는 저 스스로를 기특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전보다 성장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 않나요?


가만히 보면 하드를 잃어버리거나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문제에 있어서도 감사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건강을 잃어버린 셈인데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이후 몸에 늘 아픈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방면에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쉽게 지치거나 피곤해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 연약한 몸을 끙끙대며 움직이는 와중에서도 불평하지 않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많이 아프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고요.


누구든지 해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감사라고 하는 것,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신비한 능력입니다. 동일한 상황과 처지, 사건과 사물 앞에서 감사의 눈으로 그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이전까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여기던 그 대상이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자신이 감사의 삶을 더 실천하면서 성도들에게도 감사의 유익에 대해 계속 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