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때문에 우시는 할아버지/안희환
차명호님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후반의 남자분입니다. 키는 좀 작은 편이고 얼굴은 온화하며 실제 성격도 참 부드럽고 따듯한 분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분입니다. 늘 부지런한데다가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기 때문에 차명호님이 하는 말은 목소리가 작아도 힘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차명호님을 잘 알고 있는 전점선님은 차명호님을 가리켜서 작지만 엄청 큰 분이라고 합니다. 전점선님은 차명호님과 차명호님의 아내인 윤석자님을 잘 알고 지내는데 차명호님의 아내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놀랍다고 합니다. 제가 보아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참으로 큰데 저런 남편을 만나는 것도 복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명호님과 아내이신 윤석자님의 대화를 들어보면 재미있습니다. 윤석자님은 남편을 부를 때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나이 차이가 9년이 나는데 그래서인가 봅니다. 차명호님은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가만 보면 윤석자님의 성격이 약간은 톡 쏘는 스타일이라 남편에게도 그렇게 쏘아붙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차명호님은 씨익하고 웃어넘기는 폼이 보통이 아닙니다. 옛날부터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차명호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아내인 윤석자님이 대장암 말기로 몸이 쇠약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게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얼마나 우시는지 모릅니다. 아내가 불쌍해 죽겠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일하는 것과 아내 수발하는 것으로 인해 힘들고 피곤한데도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아내를 위해 기도하는 차명호님입니다. 차명호님이 앉았던 자리에 가 보면 흘린 눈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습니다.
차명호님은 지금도 열심히 일을 하는데 일 하는 목적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살겠다고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돈을 벌지 못하면 아내 약값이랑 병원비를 낼 수 없으니 자신은 그것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아내를 병원에라도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하실 때 제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아내이신 윤석자님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장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폐암, 임파선 암, 그리고 최근에는 뇌로 암이 전이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오랫동안 앓고 있던 당뇨병도 함께 활동하느라 몸은 더욱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혈압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 다리에 마비가 와서 힘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차명호님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기적입니다. 온 몸에 퍼져버린 암세포를 현대의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술로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싼 돈을 들여 항암치료를 해주는 것은 나중에 후회라도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차명호님은 눈물을 쏟아내면서 아내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수명을 나눠주고라도 아내를 고치려 할 것인데 그런 차명호님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받습니다.
만약 제 아내가 저렇게 큰 병과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차명호님처럼 헌신적일 수 있을까? 저렇게 애틋한 사랑을 보일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윤석자님의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그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기도를 해드리기도 합니다.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노부부의 인생에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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