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아내와 한바탕 하다/안희환

안희환2 2007. 7. 26. 14:20

아내와 한바탕 하다/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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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아이 둘을 낳고 세월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잔소리가 늘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여자들이 하는 것에 비해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잔소리 듣는 것을 싫어해서라기보다 아내의 성향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의 성향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내의 잔소리로 인해 한바탕 하고 말았습니다.


화요일 새벽에 기도하러 나가는데 문을 열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쓰던 우산을 전에 비가 온다고 쓰고 나갔다가 교회의 서재 안에 두고 온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 우산은 원래 아내가 아끼던 우산인데 모양도 예쁘고 튼튼하기도 해서 제가 종종 쓰고 다녔습니다. 아내는 그 우산을 저에게 양보하고 그보다 더 예쁘게 생긴 우산을 샀는데 비싼 우산이라 큰 맘 먹고 샀다고 했습니다(우산이 비싸봐야 얼마나 하겠는가마는).


저는 제 우산이 교회의 서재에 있어서 사용할 수가 없었고, 그냥 나가자니 비를 흠뻑 맞을 것 같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아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예쁜 우산을 슬쩍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문제는 기도를 다 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 그 우산을 교회 복도에 두고 왔다는 점입니다. 이건 분명히 제 책임이 아닙니다. 변덕맞은 날씨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 쏟아지던 비가 집에 올 때 쯤 그쳐서 우산 쓸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인지요?^^


아무튼 우산을 두고 왔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집으로 온 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있었습니다. 다만 화요일부터 연합수련회를 인도해야 하기에 군산으로 내려갈 생각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여름 성경학교가 진행되고 있는지라 큰 아들 효빈이가 교회가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산을 찾던 아내는 제 우산과 아내 우산이 다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교회에 다 두고 왔다는 말에 아내는 마음이 상해서 잔소리를 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그렇게 뭐라 할 때 아무 소리 말고 받아주었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 나름대로 마음이 상한 것이 그까짓 우산이 뭐라고 화를 내냐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날은 제가 연합수련회를 인도하러 가는 날인데 좋은 기분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줄 수도 있지 않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언짢은 소리를 하게 되었고 결국 집안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오후에 되어 차를 몰고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구름이 낀 상태였는데 성경을 들으려고 노트북을 켜 놓았지만 제대로 집중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내가 보낸 문자였습니다. “미안해요~ 맘 편히 다녀오세요~ 그렇지만 작은 거라도 내것 좀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요.^^”그 다음부터 성경이 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은 후 뒤돌아보니 제가 잘못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까짓 우산인지 몰라도 아내는 그 우산을 무척 아끼고 있었고 자신이 아끼는 것을 제가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던 것입니다. 우산보다 더 작고 값싼 것이라 해도 누군가가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데 자기 입장에서 별 것 아니라고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정서를 무시하는 것이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세월을 헛먹나 봅니다. 당연한 사실, 그렇게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마저 한바탕 하고 나서야 느끼게 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삶의 과정 속에서 그래도 하나 둘씩 깨닫고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앞으로 실수도 잘못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절대로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헤아리면서 말도 하고 행동도 하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