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한 나라 안의 두 국민 /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23. 12:33

한 나라 안의 두 국민 / 안희환 

 

 

인터넷 상에서 글을 쓰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국론분열이 생각보다 심각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대화나 양보를 말할 수 없는 지경으로 서로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이야기나 문학적인 글 등엔 그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글 주제가 정치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으면 어느새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서로의 눈에는 독기가 떠오르는 것이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사회문제를 다룬 글도, 어린 시절 추억을 다룬 글도, 수필 식으로 쓴 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정치 현안을 다룬 글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을 겪은 것이다. 그 글들은 주로 최근에 불거진 일들에 대한 것인데 전교조문제, 북한의 인권문제, 맥아더 장군의 동상 철거 문제 등이 그것이다.


반응은 내가 글을 올리는 공간의 성향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랐다. 오른쪽으로 많이 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보았고 왼쪽으로 많이 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보았다. (좌파 우파란 말을 정의하라느니 그 말이 싫다느니 하는 분들을 위해 완곡어법을 사용한 것이니 이해바랍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쓴 글에 대한 반대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반대를 하는데 사용한 방식들 때문이었다. 도대체 글을 가지고 반박하고 말면 될 일을 가지고 왜 사적인 것 혹은 인격적인 것을 가지고 공격하려 들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다른 모든 것을 초월할 만큼 대단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사람은 내가 쓴 글을 비판하면서 내 아내를 걸고 넘어졌다. 또 어떤 사람은 내 아들을 걸고 넘어졌다. 내가 쓴 글과 내 가족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상대방의 가족들까지 들먹이면서 비난하면 공격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피식하며 웃음이 나온다. 맞붙을 대상도 못되는 사람으로 단정 짓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기독교를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사람은 내가 한기총의 견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내가 기독교의 대표목사라고까지 한다. 조직이나 정치단체에 매이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몰아가면 변명을 해봐야 소용도 없다. 그래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냥 인격적인 모독을 주려한다. “1 더하기 1이 2인지 3인지도 이해 못하는 아이에게 지수 로그나 함수에 대해 가르쳐 줄수는 없는 노릇이죠. 1더하기 1이나 2빼기 1같은 것만 산수인 줄 아는 아이에게 루트나 함수 같은 것도 수학이라고 아무리 말해 줘 봐야 알아듣지를 못하니까 (그건 기호지 어째서 그게 숫자야??). 젖 좀 더 먹고 와요”. 내가 들었던 소리이다. 참고로 난 초등학생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내가 쓴 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비방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 사이의 꼬리 글을 읽으면서 피식 웃고 말았는데 인권위원회의 해체를 말한 적이 없음에도 내가 그렇게 말한 것으로 단정 지은 다음 그것에 바로잡아주려는 자신의 의도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냥 간단하게 그런 적 없다고 댓글을 달았었다.


내가 참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화성님(한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과의 관계이다. 화성님은 내 글을 읽고 마음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부드럽게 내 태도를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나를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마음이 아팠다. 왜 한 나라 안에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야만 하는 것일까?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지만, 그래서 피차에 설전을 주고 받기도 하고 피터지게 싸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비판을 할지언정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싸우기도 하고 공격하기도 하지만 적은 아닌 것이다.


특별히 화성님의 경우(직접 언급함을 이해해 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마음이 더욱 좋지 않다. 그냥 무시해버리기에는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화성님은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글을 잘 쓰고 있다. 어설픈 글이 아닌 깊게 사고한 냄새를 그의 글에서 맡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글을 스크랩하기도 하였으며 종종 정독하면서 읽곤 했던 것이다. 나는 한번 인정하면 마음을 많이 여는 편이다.


둘째로 화성님은 결코 무례하게 말하지 않는다. 보통 수 틀린다는 이유로 함부로 반말하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욕을 하기도 한다. 상종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며 논객이라고 부르기도 아깝다. 그러나 화성님은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말하였다. 멋진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인격적인 훌륭함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화성님에게서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 역시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힐 이 땅을 사랑한다. 그런 한 사람으로서 동일하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을 보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비록 그 방식이 다르지만 말이다. 글에도 온도가 있다면 화성님의 글은 뜨겁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적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정말 우군이 아니면 다 적군이 되어야 하는가?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사실 화성님과 내가 주고받는 것은 양반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선일보의 백자평이나 한계레신문의 한토마에서 철천지 원수처럼 증오하고 잡아먹으려 드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한 나라 안의 두 국민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인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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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토님의 글이 내 답답한 마음에 한 줄기 빛을 주었습니다. 감사를 표합니다.

 

코지토 blog 2005-11-22 18:10

 

안희환님.
날카로운 리플에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안희환님의 글에 180도 반대쪽의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 종교, 사상적인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마도 공통점이 더 많을 것입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주변분들과 잘 지내고 싶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그런 부분들 말입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르겠죠.

이곳의 다른분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안희환님과 워낙에 다른 사고기반을 가지신 분들이라서 적어도 안희환님의 글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분들 역시 안희환님 개인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만나면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을 테지요.

 

코지토 blog 2005-11-22 18:11

 

 

저 역시 어린 시절에 워낙에 고생을 해서 공감이 가네요. 그리고 저도 장학금 받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무슨 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것은 아니구요...... 그리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지방대학이라서 4년전면 장학금이랑.... 연수랑... 뭐 그런조건으로 들어가서 학생회활동하면서 학교에서 돈받는 다소 괴상한 학창생활을 보냈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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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진은 이영복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