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인권을 말하지 말라 /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21. 10:34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인권을 말하지 말라 / 안희환

 

 

각 시대마다 중요한 사안을 한 단어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일제하에 있을 때는 ‘해방’이라는 단어로, 6.25 발발 후엔 ‘반공’이란 단어로, 또 한때는 ‘세계화’(김영삼 정부 때였던가?)란 단어로 말이다. 그러면 요즘의 중요한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단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환경’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고 환경을 살리려는 시민단체들의 입김이 거세어지고 있다. 지금은 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지율이란 비구니 하나 때문에 거대한 국책 사업도 중단되지 않는가? 이처럼 환경에 관심을 갖는 일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환경은 결국 인간의 생존과도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환경을 희생하는 대가로 경제를 발전시켜온 인간이지만 환경이 망가질수록 인간의 삶의 터전 역시 무너져가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측면에서 환경의 강조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환경을 위해 모든 경제적인 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경제발전을 시키되 최대한 환경을 살리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과 더불어 우리 시대에 또 하나의 중요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인권’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그 어떤 사람도 차별당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는 이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많은 관심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의 강조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차별과 소외를 겪어야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인권위원회가 출범하였고 그 목적을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권보호 신장을 통한 민주사회를 실현하는 데 두었다. 인권위원회의 핵심부서는 인권침해조사국과 차별조사국인데 인권침해조사국은 국가기관과 지방정부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하며, 차별조사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신분,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고용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받는 차별행위를 조사한다.


사실 이 인권위원회로 인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서이지만 일단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게 하려는 그 목적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인권위원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바이다. 간혹 인권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그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인권을 강조하는 시대에, 또 인권을 중요한 것으로 인정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착취와 고통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데 말이다. 한 사람과 그 일당의 부귀영화를 위해 북한 동포 전체가 극심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북한에서 생활했던 젠킨슨은 그의 자서전에서 북한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북한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군인들은 손에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훔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중에도 그들이 가장 잘 훔치는 것은 요리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알콜이었다. 그것을 마시려는 것이 아니라 트랙터나 라디에이터에 주입할 부동액 대신 쓰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미국인들은 가족과 함께 북한에서 특별한 존재로 특혜를 받으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날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은 세계의 여타 대부분 나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삶이었다. 무엇보다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난방시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지하에 있는 연탄보일러는 작동이 안 됐다. 매년 겨울이면 약 20톤의 석탄이 지급되기는 했지만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런 젠킨슨의 고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북한의 처지가 최악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정부는 아무 것도 못 보는 척, 아무 것도 못 듣는 척 하는 것일까? 마치 소경이요 귀머거리인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석이 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열린 제 60차 유엔총회에서 유럽연합(EU)이 상정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한국이 기권을 했다는 점이다. 찬성 84표 대 반대 22표, 기권 62표로 대북 인권결의를 채택이 되었지만 한국이 기권을 한 62표 안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결과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가 지금 정상인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었다.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무관심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들은 찬성표를 던지고 북한에 붙어 있는 정작 같은 동족인 우리나라는 기권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현 정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화만 돋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 속에서 큰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제 밥도 못 찾아 먹는 모자란 인간들의 집단이 된 것이다. 늘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서 제대로 할 소리 한번 못한 채 끌려 다니더니 이제는 북한의 하수인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고 통분할 일이다.


이제 인권위원회니 뭐니 하는 기구도 폐쇄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가장 극심한 인권침해에 확실한 침묵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인권위원회를 꾸려나갈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인권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전시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인권을 말할 수 없다. 인권을 말할 때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테니 말이다.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