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당신이 보고픈 날에/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안희환2 2020. 4. 17. 07:56

당신이 보고픈 날에/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새까맣게 더럽혀진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힌 날

옷에 기름칠을 하고 돌아갔죠.

당신은 다시 새 옷을 주더군요.

 

할 수 있는 최악의 말로

당신 가슴에 대못 박던 날

슬프게 쳐다보던 그 눈빛은

악몽이 되어 내게 덮쳐왔죠.

 

왜 날 죽이려던 칼날보다,

날 향해 날아오던 저주의 말보다

당신의 슬픈 눈동자가

더 무서웠던 걸까요?

 

당신이 가버린 후에야

내 안에 있던 당신의 공간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그제야 눈물이란 게 나네요.

 

믿어주신 만큼 살 순 없어요.

그러기엔 너무 미약하니까요.

그러나 믿어주신 만큼 살려고

발버둥 또 발버둥을 칩니다.

 

후에 꿈에라도 만난다면

내 머리 한번만 쓰다듬어 주세요.

그래도 노력했구나 하고

내 등 한번만 토닥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