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길이 생기다/ 안희환(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안희환2 2020. 4. 13. 10:06

길이 생기다/ 안희환(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당신에 내게로 왔을 때

내겐 길이 생겼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분명한 방향이 생겼습니다.

 

열려진 게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걷는 게

길이 아니라

당신이 내게 길이었습니다.

 

길이 아닌 곳이라 해도

당신이 있으면 길입니다.

바다 한 복판에서도

산 정상에서도

당신만이 내게 길입니다.

 

당신이 내게로 오기 전

막다른 골목이었습니다.

무덤이었습니다.

이젠 살아서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