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픈 날에/ 안희환(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새까맣게 더럽혀진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힌 날
옷에 기름칠을 하고 돌아갔죠.
당신은 다시 새 옷을 주더군요.
할 수 있는 최악의 말로
당신 가슴에 대못 박던 날
슬프게 쳐다보던 그 눈빛은
악몽이 되어 내게 덮쳐왔죠.
왜 날 죽이려던 칼날보다,
날 향해 날아오던 저주의 말보다
당신의 슬픈 눈동자가
더 무서웠던 걸까요?
당신이 가버린 후에야
내 안에 있던 당신의 공간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그제야 눈물이란 게 나네요.
믿어주신 만큼 살 순 없어요.
그러기엔 너무 미약하니까요.
그러나 믿어주신 만큼 살려고
발버둥 또 발버둥을 칩니다.
후에 꿈에라도 만난다면
내 머리 한번만 쓰다듬어 주세요.
그래도 노력했구나 하고
내 등 한번만 토닥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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