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눈이 망가진 아내/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안희환2 2019. 8. 23. 15:03

눈이 망가진 아내/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아들을 보낸 엄마는

눈에 말썽이 났다.

아무 때나 터져버리는 눈물

길을 걷다가 울고

설거지를 하다가 울고

대화를 하다가 울고

전화통화 하다가 운다.

 

영상으로 본 아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며

울고 있는 아내 덕분에

아들도 흐느껴 운다.

아빠가 보기엔

엄마가 먼저 울었건만

아들이 울어서

자기도 운 것이라 우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아내 때문에 짠하다.

아들이야 더 큰 물에서

헤엄칠 기회를 얻은 것이고

이제 날개를 단 것이니

잘 된 일이지만

우는 아내는 측은하다.

 

멀쩡한 남편의 눈을 보고

퉁퉁 부은 눈으로

아내가 힘없이 말한다.

이래서 엄마가 있어야 한다고

엄마 없으면 불쌍하다고.

못 들은 척 외면했는데

뒤에서 또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