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덕분에 살다/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기억이 희미해져서 안타깝지만
기억이 희미해졌기에 살 수 있었죠.
어제 일처럼 생생한 그 일이
내일도 생생한 일이 된다면
정신은 무게에 짓눌려 망가지죠.
결국 상처 많은 이에게 망각이란
과부하로 부서져버리기 전에
나사를 살짝 풀어놓는 것과 같죠.
그렇게 풀어놓지 않은 채
모든 기억을 견딜 사람은 없죠.
세월이 약이란 말이 싫었지만
이젠 그 약을 꾸준히 먹고 있죠.
다 잊어버릴 수 없을 것이고
다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잊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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