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너무 익숙했었나 봐요/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안희환2 2017. 6. 14. 17:15

너무 익숙했었나 봐요/ 안희환 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너무 익숙했었나 봐요.

아침마다 초인종을 눌러주던 그 손이

마주 볼 때마다 방긋 웃던 그 입이

바람결에 날리곤 하던 그 머릿결이

푹 빠질 것처럼 맑던 그 눈동자가

 

칭얼대고 화를 내봐도

아무 일 없단 듯이 다시 나타나

그 큰 팔을 벌리고 안아주었던 당신.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엔 가로 등 불빛만 남았네요.

 

너무 익숙했었나 봐요.

언제고 떨어질 줄 알았더라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텐데요.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을 텐데요.

아니 당신을 따라 나섰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