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광야/ 안희환 시인

안희환2 2016. 12. 5. 23:45

광야/ 안희환 시인

 

가고 싶어 갔던 건 아니다.

목마름을 누가 원하랴.

배고픔을 누가 원하랴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의 열기를 피해

도망가고픈 마음이었을 뿐.

 

바로 그곳에서 만난 건

만나고 싶지 않아 피하던

또 다른 나

장소가 장소인지라

피할 숲을 찾지 못했다.

눈과 눈으로 마주해야 했다.

 

가고 싶어 갔던 건 아니다.

살다보니 도달한 것 뿐.

그곳에서 만난 나와

화해할 줄을 몰랐다.

나를 보고 웃는 또 다른 난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