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시를 쓴다는 건 모호해/ 안희환 시인

안희환2 2016. 11. 1. 14:16

시를 쓴다는 건 모호해/ 안희환 시인

 

시를 쓴다는 게 좀 모호해요.

속에서 꿈틀대는 시란 녀석을

그냥 두면 속이 괴로워서

끄집어 낼 뿐이거든요.

 

누가 심어 놓은 건지

언제 심겨진 건지 몰라도

쑥쑥 자란 후에는 결코

얌전히 있지 않죠.

얼마나 발버둥을 치는지요.

 

그렇게 한 녀석 끄집어내면

다른 녀석이 자라게 되죠.

자신이 컸다는 걸 알리면

다시 끄집어내는 거예요.